끊이지 않는 사도광산 파행 논란…日 오보에 정부도 때늦은 해명

  • 뉴스1
  • 입력 2024년 11월 25일 23시 21분


日 교도통신 “이쿠이나 정무관 야스쿠니 참배 보도는 오보”
정부, 日 언론 보도 기반해 불참 결정한 듯…뒤늦게 “추도사가 주요 이유” 해명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 및 참석자들이 추모 묵념을 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 관계자 및 유가족의 자리가 비어 있다. 2024.11.24 뉴스1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 및 참석자들이 추모 묵념을 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 관계자 및 유가족의 자리가 비어 있다. 2024.11.24 뉴스1
사도광산 강제징용자 추도식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의 불참 결정의 배경이 된 일본 정부 대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처음 보도한 교도통신은 이를 ‘오보’라고 정정한 데 이어 정부도 뒤늦게 추도식 불참의 배경이 일본 대표의 전력이 아닌 일본 측의 추도사 등 다른 사항 때문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외교부는 25일 출입 기자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정부가 일본 측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한 데에는 일본 측 추도사 내용 등 추도식 관련 사항이 당초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시 합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간 외교부가 추도식 불참 결정 배경에 대해 “제반 사정을 고려했다”, “이견 조정에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라고 설명했던 것보다는 보다 구체화된 것이다.

그러나 외교부의 이번 설명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그간 한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은 우리 정부의 불참 결정이 일본의 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문제였다고 지목했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않는’ 태도를 보여 왔는데, 추도식 관련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야 다소나마 세부적인 설명을 내놓은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외교부의 입장은 이쿠이나 정무관의 전력을 문제 삼는 보도의 기반이 된 일본 교도통신의 보도가 ‘오보’였음이 확인된 뒤 나온 것이기도 하다.

교도통신은 이날 저녁 이쿠이나 정무관이 참의원 당선 및 취임(2022년 7월) 직후인 지난 2022년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자사 보도가 ‘오보’였다며 정정보도를 내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정정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외교부는 ‘이쿠이나 정무관이 참의원 취임 후인 2022년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24일 자로 정식으로 언론에 공지하고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도통신의 정정보도 직후 외교부는 “우리 정부가 일본 측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한 데에는 일본 측 추도사 내용 등 추도식 관련 사항이 당초 사도광산 등재 시 합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라는 입장을 새로 냈다.

이는 애초에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한 ‘진실’을 알고 있었으며 추도식 불참의 사유는 따로 있었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외교부는 24일 자로 언론에 공지한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이 25일 오전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소재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 제4상애료에서 열린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에서 추모를 하고 있다. 2024.11.25 뉴스1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이 25일 오전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 소재 사도광산 조선인 기숙사 터 제4상애료에서 열린 사도광산 강제동원 한국인 희생자 추도식에서 추모를 하고 있다. 2024.11.25 뉴스1


그 때문에 외교부가 23일 내린 추도식 불참 결정이 한일 언론 보도에 기반한 것 아니었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한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결정을 내렸거나, 이를 들었더라도 신뢰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는 정부가 제대로 된 경위를 파악한 뒤 추도식 불참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일단 비난 여론을 의식해 이를 막기에 급급한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정부가 일본 측과의 외교적 소통 과정에서 이쿠이나 정무관의 전력에 대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참을 결정할 충분한 사유가 더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지난 24일 추도식 당일 일본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참의원 취임 후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적이 한 번도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그가 참의원 당선 전에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정부가 일본 측으로부터 이같은 설명을 듣고 추도식 불참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추도식 일정이 발표된 20일부터 23일 추도식 취소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정부가 언론에 설명한 이유는 ‘제반 사항’이 전부였다. 정부 나름대로 ‘명확한 사유’가 있었을지라도, 민감한 한일관계 사안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한일이 제각기 추도식을 진행하는 불투명한 상황을 정부가 방치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일본과 별개의 추도식을 개최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 측의 자체 추도 행사 개최는 과거사에 대해 일본 측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는데, ‘확고한 의지’라는 말이 일본 측의 무성의한 태도 때문에 나온 것인지, 언론 보도을 사실로 추정해 쓴 표현인지 추가적인 설명도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일 소통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일본 측에 ‘교도통신의 보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거나, 이쿠이나 정무관 본인에게 직접 설명을 들으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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