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26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위헌성과 중복 수사 문제를 이유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검법 찬성 여론이 60%를 웃도는 상황이어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김 여사 특검법의 재의요구안을 상정·의결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후 이를 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김 여사 특검법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국회로 되돌려보낸 25번째 법안이 된다.
김 여사 특검법은 올해만 세 번째로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2월과 10월에 이어 이달 1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특검법이 기존 두 차례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검 후보를 야당이 비토할 수 있어 사실상 야당이 추천권을 독점하는 구조로,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미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상황에서 특검을 하는 것은 절차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여론이 특검법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 21일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김 여사 특검법 찬성 64%, 반대 26%로 찬성 의견이 높았다. 여권 핵심 지지 기반인 70세 이상(45%) 대구·경북(41%) 보수(43%)에서도 찬성 여론이 40%를 넘었다. 22일 한국갤럽조사에서는 김 여사 문제가 6주 연속 대통령 부정 평가의 최상위 요인으로 꼽혔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 7일 대통령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김 여사 문제를 충분히 해명했고, 김 여사 대외활동 자제를 통해 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내에선 “특검은 너무 나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여권 내에서 ‘특검은 곧 탄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로 되돌아가 재표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 재표결에는 전체 300명 중 200명(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108석 중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하지만, 대통령실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쇄신 요구를 일부 수용한 만큼 대규모 이탈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선고로 반격의 기회를 잡은 만큼 △검사 3명 탄핵안 △해병대원 순직 사건 국정조사 실시 계획서 △여당을 배제한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을 처리하며 대정부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특히 민주당이 상설특검 카드를 꺼내들 경우 대통령실은 이를 저지할 마땅한 수단이 없어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상설특검은 개별 특검보다 검사 수가 적고 활동 기간이 짧지만, 대통령 거부권 없이 야당 주도로 도입이 가능해 정국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앞서 상설특검에 대해 “야당 직속의 또 하나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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