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김옥균 프로젝트’ 가동…당 대표 끌어내리기”
친윤 “법 아닌 정치문제…스스로 탄핵 문 열지 말아야”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가 공식회의석상에서 충돌하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로를 저격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6일 “없는 분란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말했지만, 이같은 대응을 두고 친윤계를 비롯한 당 일각에선 반발이 커지는 양상이다.
한 대표는 이날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여당이 자중지란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에 “없는 분란을 불필요하게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난글이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사실이 알려진 뒤 당 일각에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해 전날 ‘당 대표 흔들기’ ‘당 대표 끌어내리기’ 의도가 있다고 규정했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서 “(당원 게시판 문제로 한 대표를) 계속 공격하는 것은 결국 한 대표 리더십을 떨어뜨리기 위한, 한 대표를 공격하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다”라고 보조를 맞췄다. 그러면서 “(친윤계 공세를) ‘김옥균 프로젝트’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음 전당대회까지 길게 보고 당의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친한계에서 ‘김옥균 프로젝트’는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시 한동훈 후보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과거 조선 후기 갑신정변을 일으켰다가 3일 천하로 좌절한 김옥균처럼 한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으로 통용된다. 장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 이어 ‘제2의 김옥균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친윤계에선 한 대표의 인식과 논란 대응 방식을 문제 삼았다. 한 대표는 전날 “문제 있는 글이라면 절차를 통해 수사하고 (작성자가) 책임지면 된다”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당원 게시판 문제는) ‘리걸(법적) 마인드’로 봐야 될 문제가 아니라 ‘폴리티컬(정치적) 마인드’로 봐야 될 문제”라며 “디지털 공간은 그런 익명성의 보장이 있지만 당원 눈높이에 봐선 ‘가족이냐 아니냐’ 이걸 알고 싶어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자중지란 분열에 의해서 잘못된 정치적 상황으로 갈까봐 대단히 두렵다”라며 “(한 대표가 스스로) 탄핵의 문을 열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우려했다.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생한 한 대표와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 간 공개 충돌과 비공개로 전환된 뒤 친한-친윤 참석자 간 고성이 섞인 설전의 여파도 계속됐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26일 김 최고위원에게 발언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김 최고위원이) ‘대표 사퇴 글을 썼다고 당이 고발한다는 얘기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런 기사를 봤다’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다음 번 회의에서 공개 사과 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이미 세상을 시끄럽게 한 만큼 짚을 건 짚고 가야 할 것 같다”며 “목요일 회의에서의 책임 있는 해명을 촉구한다”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 이은 비공개회의에서의 참석자 간 충돌에 대해 “이런 문제로 당에서 이견이 장기간 노출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최고위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발언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25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른바 ‘8동훈’을 거론했다. 한 대표 측에서 한 대표 이름으로 올라온 글이 한 대표가 아닌 동명이인 8명이 쓴 것이라 해명한 것을 비꼰 것이다. 그러면서 “당에서 한 대표 사퇴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고 하자 한 대표는 “발언할 때 사실관계를 좀 확인하고 말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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