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이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민생과 무관한 정치 투쟁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국민의힘 안철수 의원·4선)
“최고위원회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설전이라니, 저런 배부른 짓 할 여지가 없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국민들은 국민의힘에 냉랭하다.”(국민의힘 김성태 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다음 날 국민의힘 내부에선 위기론이 분출했다. 여당이 20일 넘게 한동훈 대표 가족이 당원 게시판에 비방 글을 썼느냐를 두고 ‘당원 게시판 내전’ 수렁에 빠지면서 한 대표의 리더십도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반사이익’에만 기대기 어려워졌다는 지적과 함께 집권 여당의 책무인 민생마저 뒷전으로 밀리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개혁 추진 동력도 잃고 지지율도 낮은 복합 위기에 빠졌다”고 했다.
● 당원 게시판 논란 진상 파악 없이 ‘네 탓’ 내전
한 대표는 26일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없는 분란을 불필요하게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반발했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계속 공격하는 것은 결국 한 대표의 리더십을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5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가족 명의가 도용됐는지 등을 확인해줘야 한다”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 등으로)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생중계되는 건 국민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중립 성향 의원들 사이에서도 한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매듭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 해법을 찾는 대신에 출구 없는 계파 내전이 장기화될 경우 한 대표의 리더십과 여권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한 대표 가족이 연관됐다면 한 대표가 가족에게 엄중히 경고하고,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친윤계가 의혹을 제기한 의도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중립 성향 4선 의원은 “친윤계는 한 대표를 과도하게 흔들고 있는데 오버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직을 내려놓으라고 운운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궁금해하는 실체적 진실 규명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검사식 정치 스타일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립 성향의 한 대구·경북(TK) 재선 의원은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한 대표 가족이 관련 있는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다”며 “검사는 수사하고 처벌하고 하는 것이지만 정치는 국민이 궁금해하는 걸 풀어주고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 “李만 잡아넣으면 이긴다는 건 바보 같은 소리”
여야 민생 주도권 경쟁에서 여당의 존재감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만 기대서는 안 되고 국정 운영 책임이 있는 집권 여당이 민생을 적극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TK 재선인 김승수 의원은 “정부 부처와 당 정책위가 역할 분담을 해서 정책 이슈를 주도해야 하는데, 오히려 야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우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닌 진정성을 갖고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김 전 의원은 “당정, 당내 갈등 정치로 인해 민생 정책이 묻히게 되면 백약이 무효”라고 했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 한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이 기득권 웰빙 정당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며 “민생을 말로만 강조할 게 아니라 진짜 현장을 찾아 민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끼고 진정성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PK 지역 중립 성향 초선 의원은 “이재명 대표만 잡아 넣으면 이긴다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소리”라며 “민생 정책을 관철할 수 있는 능력을 여당 지도부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 목소리도 여전했다. 김용태 의원은 “각종 개혁 과제와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지지율을 회복해 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김 여사 문제를 어떻게 공정하게 처리할 것인지가 여당에 남은 숙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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