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반드시 처리 기한(12월 2일) 내에 심사를 마치겠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 선고 직후부터 예산 주도권 싸움에 나선 것.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한 예산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어 연말까지 여야 간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26일 “민생은 외면하고 정적 제거, 권력 악용에 몰빵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사익추구형’ 예산은 전액 삭감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복지와 민생을 위한 공적 예산은 법정 시한을 준수해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전날 이 대표의 선고 직후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등 (여야) 합의가 안 될 부분이 있는데, 기일을 준수하지 않고 뒤로 미루면 결국 정부안이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며 기한 내 처리 방침을 강조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예산안과 연동된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은 매년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민주당은 앞서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과정에서도 야당 주도로 대통령실, 검찰, 경찰,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등을 전액 삭감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지금 권력기관들을 불법적으로 운용하는데,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며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적극 활용해 각 기관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여야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합의하지 못하면 야당의 감액안이라도 단독 처리해야 한다는 강경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헌법상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려면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에서 감액만 가능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여당과 협상을 진행하는 게 물론 최우선이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최악의 경우 감액만 반영해 야당 자체 수정안을 처리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등이 대통령실 특활비 등을 전액 삭감한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당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이 자신들의 정치적 성과를 보여 주기 위한 행동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는 “역사상 매년 예산은 여야 합의로 처리해 왔다”며 “쟁점이 있는 예산은 계속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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