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의 핵심은 한동훈 대표의 가족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직접 작성했는지다. 또 당이 경찰의 수사와 별개로 이를 확인해 외부로 공표하는 게 가능한지도 쟁점이다. 친윤(친윤석열)계는 한 대표를 향해 “가족 연루 여부를 직접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2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사무처는 당원게시판 글 작성자가 어떤 당원인지 특정해 생년월일, 연락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글 작성자 정보는 암호화돼 있지만 홈페이지 관리 업체를 통해 정보를 받아 당원 명부와 대조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원게시판 글 작성은 당원 가입 뒤 홈페이지에서 실명 인증을 거쳐야 할 수 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친윤계의 당무감사 요구에 선을 긋고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 열람할 수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결심만 하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 없이도 기술적으로 실제 작성자 확인이 가능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정당법은 외부에서 정당에 명부 열람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당에서 당원 명부를 열람할지는 내부 판단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이 가족 명의로 된 글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더라도 외부로 공표하는 게 적법한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가족 명의로 작성된 글 내용이 명예훼손이나 협박 등 범죄 혐의가 성립되는 게 아니라 정치적 비판 수준이라면 당내에서 조사하고 공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대표 가족 이름의 작성자들이 올린 900여 건의 글은 기사나 사설 제목, 정치적 비판성 글이다. 이것으로는 명예훼손이나 협박 등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아 글 작성자를 확인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는 것. 또 가족 이름의 작성자 5명이 비슷한 시간대에 글을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적용할 혐의가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볼 만한 내용이 아니라 그냥 정치적으로 비판한 거라면 수사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수사 대상이 안 된다면 당에서 조사하고 밝힐 법적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내 논란이 이어지기 때문에 익명 게시판 운영 권한을 가진 당내 기구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어떤 당원인지 확인하고 공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표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을 찾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계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익명 게시판에 글 쓴 사람이 누군지 특정해 알리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당원 가입서에 ‘투표권 부여 등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정보를 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어 당이 익명 게시판 글 작성자인지 확인하려 당원 명부를 열람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친윤 측에서는 “당원들의 개인 정보를 당무와 관련해 사용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친윤 핵심 의원은 “당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개인 정보를 당무와 관련해서 확인할 권리를 위탁한 것”이라며 “정보 처리 업자가 정보 수집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아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