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체 예산의 6.38% 규모
여야 합의 못보고 결국 小소위로
법적 근거 없어 회의록 등 안남겨
“小소위 5명 밀실서 뭔일 벌일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가 677조4000억 원 규모의 2025년도 정부 예산안 감액 심사를 마친 가운데, 동아일보 분석 결과 43조2303억 원 규모의 예산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이른바 ‘소(小)소위’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예산의 약 6.38% 규모다. 감액 심사가 완료돼야 그에 맞춰 증액 심사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소위 심사 전체 보류 예산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기획재정부 관계자, 국회 예결위 직원 등 5명으로 이뤄진 소소위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회의록도 남기지 않아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란 비판을 받아 왔다.
법적 근거도 없는 협의체로 “여야가 ‘쪽지 예산’ ‘카톡 예산’을 끼워 넣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치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소소위 협상에 참여했던 한 국회 관계자는 “소소위에 5명이 문을 딱 잠그고 들어가서 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 깜깜이 심사 규모 최소 43조 원
여야는 25일 17개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를 거친 내년도 예산안 감액 심사를 마치고 증액 심사에 들어갔다. 동아일보가 27일 예산소위원회 회의록과 심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여야 쟁점 예산들은 사실상 전부 보류돼 국민의힘 구자근, 더불어민주당 허영 두 간사 간 협의에 맡겨졌다. 민주당 소속 박정 예결위원장은 “보류 사업을 포함해 감액 심사에 관해 소위원회에서 다루지 못한 기타 사항에 대해선 두 분 간사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보류 예산으론 정부 예비비(4조8000억 원)와 공적개발원조(ODA) 관련 예산(4조8141억 원), 연구개발(R&D) 관련 예산(1조4473억 원),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505억 원), 용산어린이정원 조성 사업(416억 원),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1563억 원), 원전 생태계 금융 지원(1500억 원) 등이다.
민주당이 “사용 내역이 입증되지 않는 예산은 삭감한다”고 주장하며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검찰 감사원 등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가 전액 보류됐다. 탄핵소추로 이진숙 위원장의 업무가 정지된 방송통신위원회 예산도 대부분 보류됐다.
● 정부 예비비·R&D 등 졸속 심사 지적
국회에서 보류된 쟁점 예산들은 관례적으로 간사 간 협의와 간사와 예결위원장, 기재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소소위, 원내대표 간 담판 등 비공개 조율 과정을 거친다. 문제는 이 모든 단계가 법적 근거가 따로 없어 속기록이나 회의록 등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예산이 주고받아지며 여야 실세 의원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깜깜이 졸속 심사’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실제 감사원 감사 결과 2021년부터 4년 동안 국회 예산 처리 과정에서 ‘쪽지 예산’ 때문에 국고보조금 2520억 원이 부당하게 지급된 사실도 밝혀졌다.
국회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법정시한을 맞추려다 보니 졸속 심사가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결위원은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통과시키는 등 힘으로 밀어붙인 예산을 붙들고 있는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며 “시한은 맞춰야겠으니 간사와 지도부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이라고 했다. 예산 심사를 한시적으로 꾸려지는 특별위원회가 아닌 상설위원회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한 여당 관계자는 “1년 내내 특활비를 깎네 마네 하면서 싸울 것”이라며 “예산의 우선순위나 편성 방향을 논의하기엔 지금의 정치가 너무 후진적”이라고 했다.
소소위
여야 15명으로 구성된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합의하지 못한 예산 항목들을 결정.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이 소규모로 참여하는 법적 근거가 없는 협의체. 속기록도 남기지 않아 ‘밀실 심사’, ‘깜깜이 심사’ 지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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