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서 ‘전문가·재계 참여’ 공청회 개최 뜻 모아
소액 주주 보호 vs 기업 옥죄기…양당 입장차 뚜렷
기업 이사회에 주주 충실 의무를 부과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의 입장차가 뚜렷한 가운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조만간 공청회를 개최한다. 상법 개정안을 추진했을 때 초래될 각종 부작용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논의의 방향성을 정하겠다는 취지다.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들은 지난 26일 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를 열기로 뜻을 모았다. 법안소위 여당 측 관계자는 “26일 회의는 법안 일독 정도로 마무리가 됐고, 다루는 내용이 너무 방대한 법안이다 보니 공청회를 여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당시 회의에서 여당 측 위원인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법안에 중요한 개정 사항들이 있는데, 이것을 소위에서 한 번 논의하고 통과시키는 건 매우 적절치 않다”며 “소위 차원의 논의도 해야겠지만, 관련 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을 모아놓고 공청회를 했으면 한다”고 제의했다.
개정안대로 상법을 고쳤을 경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여야가 전문가와 재계, 소액 주주 등 이해 당사자를 한데 모아 의견을 들어보자는 취지다. 소위 간사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취지로 공청회 개최 필요성을 나타냈다고 한다. 법안소위 야당 측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언급됐다”며 “이제 실제로 어떻게 할지 구체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공청회란 중요 정책의 결정에 앞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를 불러 의견을 청취하는 제도로, 국회법 제58조 제6항엔 제정안이나 개정안에 대해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정안이 아닌 ‘개정안’에 대해 공청회를 여는 건 이례적이다. 제정안의 경우 새로 만드는 법이라는 점에서 수렴해야 할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개정안은 비교적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공청회를 개최해야 할 정도로 찬반양론이 갈리는 법안이라는 의미다.
공청회는 예고된 수순이기도 했다. 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는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는 한편, 재계를 중심으로 한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주 보호 의무 조항이 담겼다. 이 밖에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규모를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주식시장에서 경영지배권 남용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또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각종 입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해내겠다”고 통과 의지를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기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부과되면 회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남발될 것이며, 집중투표제가 도입되거나 감사위원 분리 선출 규모가 확대되면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장악 시도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두산밥캣 등의 사례에서처럼 인수합병 시 소액 주주의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계 역시 야당의 상법 개정안이 ‘기업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26일 국민의힘을 찾아 재계의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여야는 아직 구체적인 공청회 계획은 논의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열릴 공청회에선 이같은 구도의 토론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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