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가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에 나서는 건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결정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을 비롯해 최 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함께 처리하며 윤석열 정부의 사정기관을 정조준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행태”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28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2월 2일 최 원장에 대한 탄핵 보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탄핵 사유로는 “대통령 관저 감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 그리고 이번 국정감사 과정에서 자료 미제출 등 국회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 개입 의혹이 제기된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 부실과 관련한 국회 위증·자료 미제출 문제를 탄핵 사유로 내세운 것이다. 민주당은 4일 본회의에서 이 지검장과 최 원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최 원장이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봐주기 감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대통령실 이전 관련한 회의록 공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최 원장에 대한 고발을 단독으로 의결하기도 했다.
이번 탄핵안 추진에는 최근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1월 감사원장에 임명된 최 원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유병호 사무총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감사를 진행해 왔다. 감사원은 최근에도 문재인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국내 정식 배치를 고의로 지연시켰다며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사진) 등 4명에 대해 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현재까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탄핵안은 5건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안동완·이정섭·손준성 검사에 대한 탄핵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으며, 강백신·박상용·엄희준·김영철 검사에 대해서는 법사위 차원의 탄핵 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강 검사와 엄 검사에 대해선 다음달 11일 청문회가 열린다.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무기로 감사원에 대한 정치적 겁박을 이어왔다”며 “민주당에서 어떤 사유를 대더라도 명백한 보복성 탄핵”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석 대변인도 “국회 권력을 독점한 거대 야당의 무도한 권한 남용일 뿐”이라며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으면 장관이든 검사든 감사원장이든 관계없이 ‘일단 탄핵하고 보자’는 고약한 심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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