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부 협조 안하면 감액 단독처리”
기한내 처리 못하면 정부안 부의… 늑장처리 막으려 만든 법안 폐지
與 “야당이 예산마저 정쟁도구로”
양곡관리법 등 농업4법 野 주도 통과
국회에서 법정 심사 기한을 넘긴 정부 예산안 원안이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되지 못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산 심사 과정에서 야당의 권한을 더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감액만 해서라도 내년도 예산안을 시한 내 통과시킬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예산마저 정쟁 도구로 삼았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 예산 늑장처리 막으려 만든 법안 폐지 통과
국회법 개정안은 이날 재석 272명 중 찬성 171명, 반대 101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국회가 내년도 예산심사 기한(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세입부수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하도록 한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제도는 매년 반복되는 예산안 늑장 처리를 막기 위해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일환으로 도입됐다.
민주당은 “정부가 자동 부의 제도를 믿고 야당과의 예산 협의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제한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법안 표결에 앞서 “자동부의제 도입 이후 사실상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형해화됐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예산안의 헌법상 처리 기한을 무시하는 ‘국가예산 발목잡기법’”이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이재명표 포퓰리즘 예산을 끼워넣기 위해 약 680조 원에 달하는 국가예산을 볼모로 잡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추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통과된 법이 공포되기까지는 정부 이송 이후 최대 15일이 걸리는 만큼 거부권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선 자동부의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12월 2일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려면 이달 30일까지 예결위가 심사를 마쳐야 한다. 헌법상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예산을 증액할 수 없는 만큼 민주당은 원하는 예산 증액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특활비) 삭감 등 감액만 반영한 자체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 與, 농업 4법-동행명령 강화법도 “거부권 건의”
이날 본회의에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1호’ 법안인 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들도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여당은 본회의에 앞서 주요 쟁점 법안에 ‘반대’ 당론을 정하고 반대표를 던졌으나 통과를 막지 못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기준 가격을 밑돌 경우 정부가 차액 일부를 보전하게 하는 내용으로, 이날 재석 254명 중 찬성 173명, 반대 80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농수산물 유통·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이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미 다른 선진국에서 시행했다가 실패해 농업인을 비롯해 국민과 국가에 악영향을 줘 폐기한 정책들”이라며 반대했다. 농업 4법을 ‘농망 4법’이라며 반대했던 송미령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거부권 건의 방침을 밝혔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감법) 일부개정안도 재석 269명 중 찬성 171명, 반대 96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이 발의한 증감법 개정안은 국회 증인에 대한 동행명령 의결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 강명구 의원은 “국회가 동행명령장을 남발하는 등 무소불위 절대권력을 휘두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증감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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