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예산안 감액 수정안의 본회의 상정이 10일로 미뤄지면서 여야가 일주일간 치열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당장 2일부터 ‘이재명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증액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예산안 감액 수정안 처리 사흘 만에 증액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과 없이 추가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은 “예산 협상에서 뒤통수를 맞았다”며 일단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철회와 사과 없이는 향후 추가 협상도 없다는 입장이다.
●野 “진짜 민생예산은 지역화폐” 강조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한목소리로 지역화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대표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대표 정책이다.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0원’으로 편성했지만, 민주당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야당 주도로 2조 원 증액해 의결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장 백드롭(배경 현수막)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2조 원, 민생 돌봄의 마중물로 쓰겠습니다’를 내걸었다. 이 자리에서 김병주 최고위원은 “골목상권과 도소매업, 중소기업과 내수까지 살리는 유일한 해결책은 역시나 지역화폐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민생 예산을 살리겠다는 것이 진심이라면, 지역사랑상품권 증액에 동의하라”고 가세했다. 이 대표도 전날 “저희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증액 예산 중 하나인 지역화폐 예산을 최대한 늘려보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예산안 감액 수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곧장 이재명 예산 증액부터 얘기하면 결국 지역화폐를 위해 무리한 감액을 강행한 것 아니냐고 오해받지 않겠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삭감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우리로선 꼭 필요한 예산 증액도 포기했던 것”이라며 “감액안을 처리한 건 지역화폐 증액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향후 여당과의 협상에서 지역화폐를 비롯해 고교 무상교육, 신재생에너지 지원, 아동 수당 등과 관련한 예산 증액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안 협상 파행에 대해서는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돌렸다. 이 대표는 “어디다 썼는지도 모르는 특수활동비를 삭감한 것인데, 이것 때문에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건 사실 좀 당황스러운 얘기”라며 “정부가 필요했으면 예산안을 (진작) 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 與 “감액 예산안 철회 없이 추가 협상 없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추진에 대해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이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처리 추진에 대해 ‘당 차원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취지의 성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완전 헛발질한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감액 예산을 밀어붙일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은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예산안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가 많았다”며 “민생 예산을 깎은 항목들을 좀 더 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구자근 의원은 “예결위에서 야당과 계속 증·감액 협의를 하고 있었는데 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이 갑자기 ‘감액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며 ‘이 대표의 지시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취지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태도 변화를 천명하는 민주당 입장이 확인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예산 협상에 임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대해 의원 전원이 동의했다”며 “그 입장을 견지하면서 12월 10일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공의 급여를 지원하는 등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예산을 931억1200만 원 삭감했고, 아이돌봄 수당 예산은 384억 원 삭감했다.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혁신성장펀드는 238억 원, 대학생 근로장학금 지원 예산은 83억3200만 원 삭감했다. 청년들이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업과 연계하는 청년 일경험 사업은 46억 원, 취약계층 아동이 성장해 사회로 진출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약계층 아동 자산형성 지원사업은 21억 원 삭감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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