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3일 밤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애매모호한 지시를 내리면서 일선 지자체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는 계엄 선포 직후 정부 부처를 비롯한 지자체 청사에 대한 관리 강화 방침을 내렸다가, 뒤늦게 ‘지자체 청사’는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은 제각각 청사 관리가 이뤄지는 등 새벽 시간 혼선이 빚어졌고, 일부 지자체는 “행안부로부터 알아서 조치하라”는 식의 지시를 받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4일 행안부와 지자체 등에 따르면 행안부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후 각 지자체에 ‘지방관서 폐쇄’를 지시했다. 이는 당직 총사령실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다고 한다. 당직 총사령실은 긴급사태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부처별 당직 근무자들이 보고하는 곳으로,전 정부부처 국장급이 매일 돌아가면서 당직 총사령실을 담당하고 있다.
당직 총사령실이 비상 계엄 선포에 따라 청사 출입 통제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면서 지방관서를 비롯한 모든 청사에 이를 전파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밤 11시 15분 당직 총사령실로부터 정부 청사와 지방자치단체 청사 당직 근무자에게 유사시를 대비해 청사를 폐쇄하도록 지시를 받아 이를 전파했다”며 “그러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 의결 이후인 새벽 2시 당직 총사령실은 지자체 청사를 폐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해, 다시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이런 지시는 공식 문서가 아닌 유선상으로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오후 11시 30분부터 12시까지 행안부 운영지원과에서 각 지자체 당직실 또는 지자체 운영지원과로 전화를 돌린 것이다. 이후 오전 2시경 지자체 청사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지시도 유선으로 재차 전파했다.
전화 지시를 받은 충북도와 전북도, 대전시 등은 청사를 폐쇄하며 출입 통제 등 비상조치를 시행했다. 그러나 인천시, 충남도 등은 청사를 폐쇄하지 않았다.
충남도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들이 청사를 폐쇄한다는 얘기를 듣고, 새벽 12시 30분 실국장 회의에 앞서 직접 저희 쪽 기획조정실에서 행안부에 문의를 했다”며 “당시 행안부 관계자는 알아서 조치를 취해달라는 뉘앙스로 지시를 줬고, 구체적인 지시가 없어 청사를 폐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긴박한 상황 속 지시 번복과 애매모호한 내용이 전달되면서 명확한 매뉴얼 대로 대응이 이뤄지진 않은 것. 이날 오전전국 지자체들은정상 업무를 보고 있지만, 아직 불법 비상 계엄 후폭풍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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