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광화문 촛불집회, TK서도 “내란”…尹 퇴진 요구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4일 21시 09분


주요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광화문, 옛 전남도청 등 전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확산했다. ‘박근혜 탄핵’ 정국이었던 2016년 이후 8년만의 동시다발적 촛불 집회다. 대학가에서도 규탄 성명이 잇따랐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있었던 광주 지역에서는 “당시의 악몽이 떠올려진다”며 대통령 퇴진 요구가 분출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도 “이 사태 책임은 반국가 내란죄를 범한 윤석열 정권에 있다”며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 광주시민 “5월의 악몽 떠올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24.12.4 (서울=뉴스1)

이날 오후 6시 반경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단체와 진보당, 정의당 관계자 등 경찰 추산 1000명(주최 측 5000명)이 모여 촛불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내란죄 윤석열 퇴진’ 등이 적힌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오후 7시 반경 용산 대통령실 방면으로 행진했다. 대학생 임진오 씨(20)는 “지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곳을 찾아왔다”며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날 오후 7시 5·18민주화운동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선 시민 1000여 명이 참여한 시민궐기대회가 열렸다. 70대 광주 시민은 “TV에서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창문을 넘어 경내로 진입하는 것을 봤다. 1980년 5월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온몸이 떨리고 분노가 치솟았다”고 말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대통령이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분노를 한꺼번에 느꼈다”고 말했다. 이지현 5·18부상자회 상임부회장은 “전두환 신군부 시절보다 더 심하다”며 “민주주의도 5·18 이후 불혹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이 발전했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 법의 심판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 ‘보수의 심장’ 대구서도 “尹 퇴진”

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 시국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4 (대구=뉴스1)
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 시국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4 (대구=뉴스1)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에서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달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대구본부와 윤석열심판대구시국회의 등은 4일 오전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일으킨 이번 일은 ‘계엄을 해제한다’라는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군경을 동원해 물리력을 행사한 분명한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경북에서는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가 이날 오전 포항 죽도시장 앞에서 약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시국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에 반대해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의 중심지인 창원에서도 이날 ‘불법계엄 원천무효 윤석열 체포 긴급집회’를 열었다. 경남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시민단체와 야당 중심으로 “불법·위헌적 대통령 윤석열에 맞서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전면적 시민 저항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부산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도 다음주까지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매일 오후 7시 ‘군사반란 계엄 폭거 내란범죄자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 대학-언론-노동계 안팎 커지는 목소리

대학가에서도 긴급 성명, 시국선언이 터져나왔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12월 3일 한밤중에 발생한 정치적 사변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교수와 연구자 559명도 긴급 시국선언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와 탄핵을 촉구하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지 못해 지식인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대학 총학생회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이날 저녁 연세대에서 모여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포고령 위반자는 처단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 내용에 격분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회사원 박모 씨(50)은 “국민에게 ‘처단’이란 단어를 쓰다니,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언론계도 부당한 언론 자유 침해를 규탄하며 윤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10·26 사태 이후 45년 만에 계엄이 선포된 것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자, 상상할 수 없는 민주주의 후퇴”라고 밝혔다. 양대노총도 정권 퇴진 운동에 가세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고, 민노총은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촛불집회#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정국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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