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과 만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한 것이지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와 한 대표 등은 이날 오후 5시경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윤 대통령과 1시간 넘게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에 대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한 대표는 이날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해임 형식을 취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 탈당과 내각 총사퇴, 김 장관 해임 등 3가지를 비상계엄령 수습책으로 제시했다. 이날 국민의힘 비상 의원총회에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는 한 대표의 대통령 탈당 요구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인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면담에 참석한 한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계엄을 선포했는지 설명했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3일 국무위원들의 반대와 설득 시도에도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를 받은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경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한 총리 등 국무위원들 대다수는 “경제나 안보, 외교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대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뜻이 워낙 확고해 말릴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韓 만난 尹, 국방장관 해임 아닌 ‘사임’으로 정리… 90분 빈손 회동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가 곧장 더불어민주당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로 이어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 “보수가 궤멸 위기 상황에 빠져들었다”는 우려가 나왔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경험한 보수 정당에서 또다시 탄핵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당내에선 “이번에도 탄핵이 되면 당이 20~30년간 불모지가 될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6선), 권영세(5선) 김기현(5선) 나경원(5선) 의원 등이 4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나온 당내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1시간 반가량 윤 대통령과 비공개로 만났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폭거 탓이다. 폭거를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는 취지로 답하며 회동은 사실상 소득 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비상 의원총회에서 일단 친한(친한동훈)계, 친윤(친윤석열)계 모두 “탄핵만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여당 의원(108명) 중 8명만 이탈해도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 사태’에 분노하는 ‘샤이 탄핵 찬성파’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
● 尹, “김용현 해임 아냐”
한 대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시작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오전 8시에 이어진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탈당,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등 비상계엄을 추진하고 실행한 책임자 해임 및 책임 추궁 3가지를 당 수습책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것.
한 대표는이날 오후 추 원내대표 및 당내 중진들과 함께 윤 대통령과 만나 수습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선 한 대표가 요구했던 ‘해임’을 시키지 않고 ‘자진 사임’의 형태로 정리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실제로 김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한 중진 의원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지 않겠나.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설명해 주더라”고 했다.
● “탄핵 막아야 한다”지만…“가능성 열어 놔야” 언급도
앞서 열린 오전 비공개 의총에선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나라를 바칠 것이냐”는 취지였다. 친한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재선)은 “보수 정당이 두 번 탄핵되면 20~30년 풀 한 포기 안 날 걸 안다”며 “임기는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친윤 핵심 권성동 의원(5선)도 “우리도 뻔뻔해야 한다. 권력을 잃었을 때 민주당의 극악무도한 행태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계엄 요건이 안 맞으면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정치는 법률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개 석상에선 대통령의 자진 사퇴 요구와 탄핵 찬성 가능성을 열어 두는 목소리도 잇달아 나왔다. 4선 중진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친한계 김상욱 의원(초선)도 “탄핵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적인 의견으로 (윤 대통령이) 정상적인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탄핵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 대표가 탄핵소추안 표결 찬반에 대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탄핵 반대’ 단일대오가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아 실제 표결에선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소추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돼 소신 투표를 할 수 있다.
이날 의총에선 한 대표가 제시한 윤 대통령의 탈당 요구를 두고 친한계와 친윤 및 중진그룹 간 파열음이 일었다. 친한계 한지아 수석대변인(초선)은 “우리는 대통령을 지키고 싶은데 대통령이 지킬 수 없게 만들었다. 같이 가려면 손을 놓아아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친윤 윤재옥 의원(4선)은 “대통령 탈당은 통상 임기 말 선거 앞두고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멋진 대응보다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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