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총리 등 “경제-안보 타격” 설득에도, 尹 계엄 밀어붙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5일 03시 00분


[‘불법 계엄’ 후폭풍]
개별 연락해 국무회의 정족수 채워
대다수 계엄 선포안 모른채 참석
선포는 대통령 권한… 의결 필요없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관련 긴급 회의를 마친 뒤 국무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관련 긴급 회의를 마친 뒤 국무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심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열린 국무회의는 참석자 11명이 채워지면서 오후 9시를 넘겨 시작됐다. 계엄법상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국무회의 규정상 국무위원 과반의 출석으로 개의가 가능하기 때문. 최소 개의 정족수를 넘기면서 회의가 극비리에 진행됐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참석자 다수는 계엄 선포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정도를 제외한 참석자 대다수는 국무회의에서 계엄 선포안이 심의된다는 사실을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처음 알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국무위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이 갔고 차관들도 모를 정도로 극비리에 소집이 이뤄졌다”며 “통상 국무회의에 배석하던 직위자들 중엔 연락을 받지 못한 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고 전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를 다른 국무위원보다 먼저 대통령실로 불러 계엄 선포 계획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경제 불안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한다. 법적 절차라도 지켜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개의에 필요한 참석자들을 대통령실로 하나둘 불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주재한 이 회의에서 한 총리 외에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계엄 선포와 관련해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외교안보 부처 관련 참석자들도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당시 이미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시간이 오후 10시로 잡혀있었고 참석자들 사이에선 “너무 촉박하다”는 취지의 우려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처 관계자는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돌아가면서 경제, 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우려되는 사항을 대통령에게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도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이미 다 준비돼있고 누가 거기서 쉽게 (계엄 선포에) 동의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강한 우려와 설득에도 계엄 선포의 필요성에 대해 강경한 입장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무회의는 계엄 선포를 위한 형식적인 심의 절차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참석자들의 의결 절차도 없었다고 한다. 현행 헌법과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 선포는 대통령 고유 권한에 해당하고 국무회의는 계엄의 선포와 해제를 ‘심의’해야 한다고만 돼 있다. 참석자들이 반대 입장을 피력해도 의결이 법상 명시돼 있지 않아 별도 의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국무회의에서 꼭 의결을 해야 하는 사안은 아니고, 국무회의에서 반대 의결을 했더라도 대통령이 그 결과를 꼭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끝난 뒤 오후 10시 23분 청사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석열 대통령#국무회의#한덕수#설득#불법 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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