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를 주도했던 우상호 전 의원은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즉각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7일 표결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좀 빨랐다”며 “이런 분위기면 탄핵 통과가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윤 대통령의 행위는 명백한 탄핵 사유에 해당되지만 ‘속도전’을 펴서 여권에 역결집 빌미를 준 민주당의 정무적 판단에 아쉬움을 드러낸 것.
우 전 의원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까지 나서서 완강하게 탄핵은 안 된다고 하면서 탄핵 반대 당론을 정했다”며 “국민의힘 의원 중에도 속마음으로는 탄핵 사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이처럼 당론으로 묶어버리면 못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 전 의원은 “(민주당 등 야당이) 계엄 선포 바로 다음 날 탄핵 발의를 해버리는 건 빨랐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서 비밀리에라도 10표 이상은 확보해 놓고 (탄핵안 발의를) 시작했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그냥 발의만 해놓으면 압박인데, 그런 압박은 이겨낼 수 있다. 여당 의원 스스로 헌법 기관으로서 판단하게 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검사 탄핵하듯이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었다”고 했다.
비상계엄 당시 군대 활동에 대한 진상규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우 전 의원은 “계엄 때 군이 동원된 목표가 무엇이고 어떤 명령이 내려갔는지 치밀하게 조사해서 탄핵안에 포함돼야 한다”며 “일부 군인들에 따르면 이번 출동 목적이 ‘의회 해산’이었다고 한다. 의회 해산이 목표면 그거는 명백히 탄핵 사유가 되는데, 그런 걸 조사해야 탄핵안에 넣었어야 했다”고 했다.
우 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지지층과 강경파의 반발에도 탄핵소추안 발의 및 표결 시점을 조절하면서 여권의 탄핵 참여를 끌어낸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의석수는 121석이었지만 탄핵안은 재적의원 300명 중 234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야권 성향의 국민의당(38석)과 정의당(6석)을 제외하고도 여권 이탈표를 최소 62표 이상 끌어낸 것이다.
우 전 의원은 “그때 새누리당에서 마지막으로 대통령을 한번 설득해 보겠다고 해서 ‘2017년 4월 퇴진, 6월 대선’ 이렇게 당론을 정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했다”며 “이걸 박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탄핵 참여 대열이 늘어났다. 여권 내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늦췄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명백한 사유로 박 전 대통령을 탄핵했지만 그 이후 보수가 정치적 후유증을 경험하면서 (정치적 당위와 정무적 판단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며 “여권 인사들도 정무적으로도 더 이상 탄핵을 시도하지 않으면 자기들이 죽을 거 같다는 정도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탄핵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했다.
우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재차 발의하겠다는 민주당 원내 지도부의 방침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그는 “정치권이 국가적인 혼란을 수습하고 정리해야 할 사명이 있는데 정쟁하듯이 대통령 탄핵을 다루면 오히려 이 기회를 날려버리고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탄핵안이 부결돼도 ‘국민의힘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그건 정쟁의 태도다.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태도는 어떤 일이 있어도 탄핵안을 가결을 시키고, 그 이후에 국가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라며 “계엄 이후에 온 충격을 정쟁화해서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겠다고 생각한다면 설사 탄핵안이 통과되더라도 국민들이 다음 대선에서 우리를 선택해주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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