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탄핵 반대’ 당론 이유는…8년 전 멸문지화 트라우마-조기대선 필패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5일 16시 54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 중단을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2024.12.5/뉴스1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감사원장과 검사 탄핵 중단을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2024.12.5/뉴스1

“8년 전엔 우리 당 의석 수가 128석이었다. 지금은 108석이라 정권을 내주면 최소한 방어는커녕 당 간판을 내려야 한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5일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반대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8년 전인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 정당이 궤멸 수준으로 ‘멸문지화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확정되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개별 의원들에 대한 각종 수사 등으로 “다음 총선에 나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을 기억하는 중진 의원들은 당시 새누리당이 분열되고 지지기반이 무너진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누리당은 탄핵을 주도한 비박(비박근혜) 인사들은 바른정당으로, 친박(친박근혜)과 일부 비박계 인사들은 자유한국당으로 갈라졌다. 두 정당 모두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5월 대선을 전후한 시기에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보다 의석 수가 적어 더 큰 후폭풍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영남지역 의원은 “당시에는 우리가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이라도 갖고 있어 최소한의 저항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수적으로 열악해 방어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우리 진영이 초토화될 거라는 위기감이 크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한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의원은 “탄핵되면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무조건 진다”며 “전술적으로만 봐도 탄핵은 안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른 재선 의원도 “탄핵 후 두달 후에 우리가 어떻게 이기냐”며 “이재명 당선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도부 인사도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 구명을 위해 다급하게 탄핵안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우리가 그 시간표에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 내에서는 “이재명 당선은 대한민국이 망하는 길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한 재선의원) “이재명 대통령 시키는 것만 아니면 나머진 다 버려도 된다”(영남 중진의원) 등의 의견이 나온다.

탄핵이 현실화되면 오는 2028년 총선에서 다시 국회에 입성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깔려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당장 2026년 지방선거부터 시작해서 당이 힘들어지면 그 여파가 총선까지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때보다 훨씬 더 보복성 수사를 할 것”이라며 “철저하게 탄압받고 수사당하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절절하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국민의힘#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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