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소장파 5명 “尹 임기단축 개헌해야…탄핵 입장 안 정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5일 17시 47분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욱, 김소희, 김 의원, 수어통역사, 김예지, 우재준 의원. 2024.12.05. 뉴시스
국민의힘이 심야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이탈표 가능성으로 흔들리고 있다.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5일 국민의힘 소장파 초·재선 의원 5명이 탄핵 표결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 대통령에게 임기 단축 개헌 수용을 요구했다.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탄핵소추안 표결 시 여당에서 이탈표가 8표만 나오면 가결된다.

한 대표는 이날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한 데 대해 “대표가 모르게 당론이 결정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당내에선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한 데 대해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친한계 의원은 “여당 사람들은 아침에 신문도 한 번 안보는 것 같다”며 “구멍난 배에 올라타서 ‘같이 죽자’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소장파 “탄핵 입장 안 정해”

김재섭 김상욱 김소희 김예지 우재준 등 친한 및 비윤 소장파 의원 5명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민주주의 유린의 역사와 인권탄압의 트라우마를 겪었던 우리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어떤 명분을 가지고 온다 하더라도 이번 비상계엄을 합리화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장파들은 임기 단축 개헌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과, 계엄에 책임 있는 인사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들로부터 권위와 신뢰를 모두 잃었다”며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회견에 동참한 한 소장파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기 단축 제안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이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 7일 탄핵 표결 찬반 입장을 정할 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재섭 의원은 ‘대통령은 잔여 임기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을 거절하면 탄핵 표결에도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탄핵 표결과 관련해 구체적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분노, 불안이 굉장히 큰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정도 주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의 발로”라고 답했다.

소장파 의원 움직임에 동참할 의원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재섭 의원은 ‘5명은 탄핵 표결에 의견을 같이 하느냐’는 질문에 “이번 사태를 풀어나가는데 같이 할 생각이다. 추가로 합류할 사람이 더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계엄으로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데 대해 불만인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날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안이 하야”라면서도 “결국 탄핵 투표를 할 수 밖에 없으면 나름대로 결심을 해야겠다. 끊임없이 고민 중”이라고 했다.

● 韓 탄핵 반대 당론에 “대표가 사전에 알아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5/뉴스1 ⓒ News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2.5/뉴스1 ⓒ News1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반대를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합리화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 탈당을 다시 요구했다. 한 대표는 “오늘 즉시 이번 사태 관련 군 관계자를 직책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위헌 위법한 계엄에 관여하면 즉시 처벌된다는 것을 보여서 군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또 “앞으로는 당 대표에게 의총에서 당론이 결정되기 전에 당 대표가 사전에 알아야 하고 의견을 낼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한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퇴장한 후 탄핵 반대 당론이 정해진 데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 108명의 총의를 모아 반드시 부결시키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라’는 내용의 문자가 쏟아지는 데 대해 “개인정보유출과 업무방해 등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 따르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전화번호와 함께 문자메시지를 보내자는 글이 올라왔다. 의원들은 ‘무능하고 무식한 대통령 옹호하면서 윤석열의 하수인 내란동조범으로 역사에 남고 싶은가’는 내용의 문자 폭탄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비상계엄#탄핵안 표결#윤석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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