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의 계엄은 쿠데타… 국회-청년들의 강한 힘으로 독재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7일 03시 00분


[오늘 尹탄핵 표결] 佛 석학 자크 아탈리 인터뷰
“계엄 소식 듣고 끔찍한 실수라 생각
국민은 시위-신문 기고로 저항하고, 국회선 헌법 全수단 동원 탄핵해야
축구로 치면 지금은 전반-후반 사이… 이제 경기서 이기는 건 선수들 몫”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가 올해 9월 저서 사인회에 참석한 모습. 그는 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상황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쿠데타를 국회와 청년들의 강한 힘으로 막았다”고 시민의 힘을 높이 평가했다. 아탈리 인스타그램 캡처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가 올해 9월 저서 사인회에 참석한 모습. 그는 5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상황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쿠데타를 국회와 청년들의 강한 힘으로 막았다”고 시민의 힘을 높이 평가했다. 아탈리 인스타그램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쿠데타’였습니다. 국회와 청년들의 강한 힘 덕에 ‘독재’를 막을 수 있었죠.”

경제학, 미래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자크 아탈리(81)는 5일(현지 시간) 밤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최근 계엄 사태를 막은 ‘시민의 힘’을 호평했다. 그는 계엄이 선포된 3일 밤 국회 앞으로 달려가 필사적으로 저항한 국민들이 “독재를 막는 성공을 거뒀다”고 높이 치하했다. 다만 “아직 끝나진 않았다”며 끝까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싸움을 계속할 것을 권했다.

특히 그는 지금은 ‘축구 경기’로 치면 “전반전과 후반전의 사이”라며 경기에서 이기려면 국회와 국민의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시민들에게는 “평화적 시위를 지속하고 신문에 기고하며 ‘독재의 재앙’을 알리라”고 조언했다.

그와 인터뷰한 늦은 밤 프랑스 또한 한국 못지않은 정치 혼란을 겪고 있었다. 하루 전인 4일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가 1962년 이후 62년 만에 의회의 불신임을 받아 붕괴했기 때문이다. 아탈리는 한국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위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의 석학으로서 논평을 내느라 바쁜 와중에 한국의 사태도 분석하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그와 인터뷰를 할 때 마침 TV 화면에서는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대 지지율’ 속에서도 국민을 설득하는 대국민 TV 연설을 하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계엄령 선포 및 해제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끔찍한 실수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강력한 신생 민주주의 국가다. 한국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반으로 성공했다. 경제적 성공은 민주주의 발전과 긴밀히 연관된다.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발전을 지속할 수가 없다. 한국은 북한과 다르며 독재는 재앙이 될 것이다. 일단 (비상계엄 해제로) 독재는 피했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거론하는 독재를 한국이 어떻게 피할 수 있었다고 보나.

“의회와 젊은이들의 힘이 매우 강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쿠데타에 저항하며 탄생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이번 비상계엄을 막아) 성공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상계엄 발표가 쿠데타였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대통령에 의한 쿠데타이지만 쿠데타는 맞다. 대통령은 전권을 장악할 필요가 없는데도 전권을 장악하기로 결정했으니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봐야 한다.”

―현재 한국의 상황이 비상계엄을 내릴 만한 상황인가.

“그렇지 않다. 만약 정말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하다면 윤 대통령은 그럴 만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이유로 야당의 ‘입법 독재’를 거론했다.


“아니다. 그건 독재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어려울 수는 있다. 한국이나 어디나 부정부패 등 많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 해도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한 일은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일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해제됐는데 한국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줄까.

“잘 해결되면 ‘국민들이 쿠데타에 저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은 어찌 될지 잘 모른다. ‘축구 경기’로 치면 지금은 전반전과 후반전의 사이다. 경기 중간엔 최종 결과를 알 수 없다. 이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선수들(국회와 국민)’의 몫이다.”

―국민들은 비상계엄에 어떻게 저항해야 할까.

“평화적으로 거리에서 시위하고, 신문에 기고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다. 내가 해 온 것처럼 기고로 독재의 재앙을 설명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무엇을 해야 하나.

“헌법에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

―의회가 대통령을 저지할 수 있을까.

“모르는 일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공하면 전 세계에도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에 민주주의는 확산되어야 하니,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잃어선 안 된다.”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래 지속된다면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탄핵을 시도하는) 국회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에 달려 있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윤 대통령의 퇴진 여부는 한국 국민이 결정할 몫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그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계엄령 재발동에 관해서는 한국 국민이 이에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


아탈리는 1943년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소수정예 고등교육기관 ‘그랑제콜’의 대표 격인 에콜폴리테크니크, 파리정치대(시앙스포), 국립행정학교(ENA) 등을 모두 졸업했다. 소르본대, 에콜폴리테크니크 등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고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미래의 물결’ ‘인류는 어떻게 진보하는가’ 등 명저를 저술했다. 지난해까지 54년간 쓴 책만 86권. 저서 ‘21세기 사전’에선 일찌감치 코로나19 사태를 예고했다.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 새로운 사회민주주의를 위하여’ 등에서도 민주주의 수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계엄#쿠데타#자크 아탈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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