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해 해임 요구를 받던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12월 5일 물러났다. 다만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요구한 김 장관 해임을 사실상 거부하고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하는 형식을 택했다. 김 전 장관은 전날 저녁 출입기자단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속내를 묻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이라는 문자메시지로 답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낳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로까지 비화된 비상계엄 사태가 정의로운 길이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김 전 장관 중심으로 라인 구축 가능성 제기
취임 3개월 만에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 전 장관은 9월 2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윤 대통령의 김 후보자 지명과 계엄 선포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야당 의원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 등 충암고 출신 군인들이 군 내부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고 질타했고, 김 후보자는 “군 장성이 400명 가까이 되는데 이 중 4명을 가지고 ‘충암파’라고 하는 건 군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먼저 국가정보원 제1차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최근 (후보자가) 충암고 출신인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러 무슨 얘기를 했는가. 계엄 얘기를 안 했는가”라고 말한 뒤 “(윤 대통령이) 계엄 준비를 위해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들을 주요 직위에 채워 넣었는가”라고 물었다. 계엄법상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건의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만 할 수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도 “항간에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 대비를 위해 친정 체제를 구축 중이고, 김 후보자의 용도도 그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후보자를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방첩사, 수방사가 한 라인으로 구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기관들이 조직의 부패와 권한 남용을 방지하는 사정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데 일심동체가 된다면 군 내부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다”며 “그럴 경우 계엄령 같은 헌정질서 교란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당시 후보자였던 김 전 장관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선동’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느냐”면서 “솔직히 나는 (계엄 선포 시) 우리 군도 안 따를 것 같다.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안 맞으니 너무 우려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단언했다. 사실 야권에서는 이미 8월부터 계엄령 발동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 전 장관이 8월 12일 차기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이 8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을 문제 삼으며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국방부 장관으로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국지전과 북풍(北風)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는 것이 나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9월 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회담에서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계엄령을 거론했다.
대선 전부터 윤 대통령 보좌한 최측근
하지만 김 전 장관이 ‘선동’이라고 일축한 계엄 의혹은 3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또 야권의 우려대로 비상계엄 중심에 김 전 장관이 있었으며, 무장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과정에도 그 배후에 ‘충암파’가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 전부터 지금까지 윤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해왔다. 1959년 경남 마산에서 출생한 김 전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임관해 수도방위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합참) 작전본부장 등 요직을 역임했다. 한때 군내 서열 1위인 합참의장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진급에 실패하면서 2017년 중장을 끝으로 군복을 벗었다. 이후 윤 대통령의 대선 경선 때부터 캠프 내 외교·안보 정책 관련 자문을 맡았다. 2022년 3월 윤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작업의 실무 작업을 담당했고, 윤석열 정부의 첫 대통령 경호처장직을 맡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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