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 내정자(대장)가 5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말 취임할 예정으로 취임시점을 2주 이상 남겨두고 비공개로 방한해 남북이 대치하는 최전방을 찾은 건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등 여파로 인한 한국 사회 혼란 및 대북 대비태세 공백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브런슨 장군은 20일 취임식을 앞두고 이미 방한해 JSA를 찾았다. 현재 북한은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로 비무장화했던 JSA에 대한 재무장화를 사실상 완료한 상태다. 북한군의 권총 착용으로 우리 경비대원들도 유엔사 승인 하에 권총을 휴대하고 있고, 북한은 철수했었던 JSA 내 초소들을 복구해 각종 화기들을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빈번하진 않지만 총구가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브런슨 장군의 이 같은 행보는 차기 사령관 인수인계 차원으로 풀이되지만 동맹국인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 대한 미 행정부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목된다. 외교 소식통은 “비상계엄 선포는 해제됐지만 미국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여러 소통 라인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폴 러캐머라 현 주한미군사령관도 4일 한국에 파견된 미군과 민간인 직원, 그 가족들에게 내린 지침을 통해 “한국 정부는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법의 지배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의견 불일치를 풀기 위해 노력 중이므로 (계엄 관련) 사태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나는 한국에서 어디를, 어떻게, 언제, 누구와 여행할지에 대해 모두가 개인적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앞서 9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명한 브런슨 장군은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과정에서 “김정은이 미국이나 유엔사 회원국의 한반도 분쟁 개입을 막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와 주한미군의 2만8500명 규모 유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1990년 보병 장교로 임관한 그는 특수작전 부대 등에서 다양한 참모 및 지휘 보직을 역임했으며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에 참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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