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정국 수습 대책을 놓고 친한(친한동훈)-친윤(친윤석열) 계파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차기 대선 주자로 한동훈 대표를 내세운 친한계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빠른 하야를 통한 조기 대선 국면 진입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윤계는 야당이 반대하는 임기단축 개헌 논의 등을 띄우며 윤 대통령 임기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 관계자는 “친한계는 한 대표를 앞세운 조기 대선 국면이 당 장악에 유리하다고 보고, 친윤계는 개헌 논의로 시간을 벌면서 한 대표 대항마를 찾겠다는 포석”이라며 “어떤 수습 대책을 내건 계파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친윤계의 추경호 원내대표 재신임 요구에도 새 원내지도부 선출을 결정하면서 계파 간 이해 다툼도 예상된다.
결국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와 중진회의, 5시간 마라톤 비상의원총회 등 3차례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구체적인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이나 정국 수습 방안에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일단 국정안정화 태스크포스(TF)만 띄웠다. 국정안정화 TF 단장을 맡은 이양수 의원은 “어떻게 하면 당을 빨리 추슬러서 조기에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들에 대해 지금 당장부터 회의를 통해 여러 사안을 점검하겠다”며 “이후 결정해 당과 국민에게 보고드리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 친한 “빠른 하야” vs 친윤 “임기단축 개헌”
친한계는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소요되는 시간보다는 더 빠르게 하야를 통한 윤 대통령 퇴진이 이뤄져야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개월 뒤인 2017년 5월 대선이 치러진 것을 감안해 내년 5월 이전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이 이번주 14일 예고한 탄핵소추안 본회의 표결 이전에 윤 대통령 퇴진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친한계인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안정화 TF가 빨리 회의를 해서 이번주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며 “이번주를 넘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이날 첫 TF 회의를 마친 뒤 “10일 중으로 여러 로드맵 방안을 당 지도부에 보고하겠다. 무엇을 취사 선택하는지는 지도부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나 친윤계와 중진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즉각적인 하야 등 조기퇴진 논의보다는 임기단축 개헌 등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탄핵이나 빠른 하야보다는 개헌 후 2026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함께 치르는 방안을 고심 중인 상황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날 비상의원총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일부 의원이 임기단축 개헌과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대선을 치르자는 방안을 주장하기도 했다”며 “다양한 의견들이 오가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비상의원총회에서 특별한 의견 표명보다는 듣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 퇴진 로드맵 갈등 이면에 당 권력 투쟁
친한계가 윤 대통령의빠른 하야로 조기 대선 국면을 만들려는 건 한 대표를 중심으로 여권 전반을 재정비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친윤계는 윤 대통령 하야에 따라 조기 대선 국면으로 들어갈 경우, 친한계로 급격하게 당내 역학 관계가 쏠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윤 대통령 임기를 지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 친한계 인사는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대선을 치르겠다는 게 과연 현실성이 있겠느냐”며 “윤 대통령의 탄핵보다 빠른 하야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윤계가 민심을 읽지 못하는 주장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임기 단축개헌을 포함해서 모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 빠른 하야는 정권을 더불어민주당에 헌납하자는 주장과 다름 없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중지나 당 의원들의 뜻을 의총이든 여러 기구를 통해 수렴해야 한다”며 한 대표 중심의 국정 안정화 방안에 대해 비판했다.
여당이 12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하면서 친윤-친한계간 신경전도 예상된다. 앞서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추 원내대표 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나 추 원내대표가 “저의 원내대표 사퇴 의사는 확고하다”며 “새 원내대표 선출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히면서 새 원내지도부 선출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표결로 뽑을지 추대 방식으로 갈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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