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일주일… 尹, 軍통수권-특검 거부권 등 권한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0일 03시 00분


[탄핵 표결 무산 후폭풍] 대통령 고유 권한 유지 논란
국방부 “軍통수권자는 尹” 재확인… 내란 특검 등 거부권 행사 가능성
“질서 있는 퇴진” 주장 與는 곤혹… 尹 구속때 옥중 집무 여부도 논란

굳게 닫힌 대통령 관저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임기를 포함한 국정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한 뒤 관저에 머무르면서 사흘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굳게 닫힌 대통령 관저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임기를 포함한 국정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한 뒤 관저에 머무르면서 사흘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 전까지 외교와 군 통수권을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공언한 가운데 정부에서 윤 대통령이 군 통수권 등 고유 권한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국정 혼란이 거듭되고 있다. 법적으로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 한 윤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제한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전날(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면직한 데 이어 국방부가 9일 “현재 군 통수권은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고 확인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내란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국회 통과 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검사 출신 주철현 최고위원 등이 “구속 시 직무가 정지되는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달리 대통령은 관련 규정이 없어 구속돼도 ‘옥중 직무’를 막을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구속에도 직무 배제를 위해 탄핵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려는 의도다.

● 尹, 현재로선 특검 등 거부권 행사 가능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 겸 차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군 통수권은 현재 상태로는 대통령에게 있다”며 “만일 적에 의한 안보상 심대한 위협이 발생한다면 대통령 지시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도발 같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군을 통솔해 군사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다. ‘직무 배제’는 선언적 의미일 뿐 대통령의 고유 권한은 법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외교처럼 군 통수권에서도 대통령 직무가 배제되는가’라는 질문에 “(외교와) 마찬가지”라면서도 ‘군 통수권을 누가 대리하냐’란 물음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의 ‘2선 후퇴’ 시사 발언과 직무 배제, 한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한-한 공동정부 체제’ 구상 등에 대해 공개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한 대표의 구상에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윤 대통령이 어디까지 당과 정부에 권한을 위임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내란 상설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없다”라면서도 “대통령 담화대로 당과 정부가 상의해 올 문제”라고 말했다. 당과 정부가 숙의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면 윤 대통령이 형식상 재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논란이 되자 탄핵을 피하려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추진 중인 여권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전날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의 면직을 재가하며 인사권을 행사한 데 대해 한 대표는 “적극적인 직무 행사로 보긴 어렵다”라면서 “앞으로도 사퇴하는 일이 있을 텐데 수동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고만 했다.

● 구속 시 ‘옥중 집무’ 가능 여부 쟁점 가능성

피의자 입건에 이어 법무부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윤 대통령을 출국 금지하면서 조만간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구속과 같은 강제 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학자들 가운데선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구속 수감되면 헌법 71조가 정하는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어 권한을 대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봐야 된다는 의견이 많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은 대통령에게 내란,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임 중 기소되지 않는 형사 불소추 특권을 주고 있는데, 이는 반대로 내란, 외환죄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되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대통령이) 구속된다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사고’의 상황”이라며 “다만 직무 정지 여부를 권위적으로 판단할 기구와 절차가 정해져 있지 않기에 극심한 국정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헌법은 물론이고 법률에도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외국처럼 대통령의 직무 불가능 여부를 판단할 별도의 기관도 없는 만큼 현직 대통령의 구속이 현실화될 경우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계엄사태#일주일#옥중 집무#윤석열 대통령#통수권#특검#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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