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심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국가적 혼란이 일주일을 맞았지만 여당과 정부가 정국을 수습하지 못한 채 오히려 혼란을 키우는 ‘불확실성 리스크’가 경제, 외교, 안보의 총체적 위기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9일 금융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4일보다도 더 크게 휘청거렸다. 이날 코스피는 6일 종가 대비 2.78% 내린 2,360.58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5.19% 하락한 627.01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특히 개인투자자가 ‘패닉 셀’ 양상을 보이며 국내 증시에서 1조2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도 가파르게 치솟으며(원화 가치 하락) 장중 한때 1438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달러당 1437.0원으로 6일 같은 시각에 비해 17.8원 올랐다.
내년 1월 20일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41일 앞두고 외교가에선 ‘정상외교 올 스톱’으로 인한 후폭풍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는 물론이고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핵 직거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선제적으로 밀착해야 할 정권교체 초기 한미동맹 정상 외교가 불능 상태에 빠졌다는 것. 정상 간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을 고려해 우리 정부가 가급적 빠르게 추진하려던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추진할지에 대한 정부 내부 우려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 측은 윤 대통령의 거취를 비롯해 정치 상황이 일단락, 안정화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전날 발언에도 9일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군 통수권은 현재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는 등 외교 안보 분야 국정 운영의 난맥상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군 통수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는 안보 리스크에 직면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당은 한 대표가 내놓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공동 국정 운영’ 구상이 위헌, 위법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9일에도 국정 정상화 방안을 내놓지 못해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즉각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 환율과 증권시장,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분야에 돌이킬 수 없는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 압박을 계속하면서 “국가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예산을 탄핵 흥정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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