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생중계된 국회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민감한 군사 기밀과 보안 내용들이 잇달아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 의원과 군 장성 간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질의응답 과정에서 합동참모본부 청사의 내부 구조와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요원들의 실명 등이 낱낱이 노출된 것.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모였던 합참 지하 전투통제실(벙커)의 구체적인 층수와 내부 구조까지 설명했다. 박 총장은 손짓까지 하며 “합참에 가보면 한층 높은 (지하) 3층에 전투 통제실이 있다”며 “회의실은 지휘와 회의할수 있는 공간으로 필요시 화상도 할수 있고…”라고 설명하다가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그런 것 다 얘기해도 되느냐, 보안에 안 걸리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어 김선호 국방부 장관대행(차관)이 “총장이 중요 전투 시설에 대한 개념을 얘기하고 있다. 이건 (답변을) 끊어주셔야 한다”고 다급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소장)을 상대로 계엄 당일 ‘20명 체포조’ 의혹 등을 질문하면서 5명의 정보사 요원의 실명을 거론했다. 특정 요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000 알아요, 몰라요”, “000은 가까운 참모이지 않으냐”라고 반복해서 묻는 식이었고 문 사령관은 “사령부 저희 인원”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요원 신상 정보는 극비로 분류되며 신분을 감추고 해외에서 첩보 활동을 하는 ‘블랙요원’의 신상은 국방부 장관 등 극히 소수만 알고 있다.
민감한 기밀과 보안내용이 잇따라 공개되자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중장)은 손을 들고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이 사령관은 “정보 요원들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인데 이름을 대면 큰일 난다. 시설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저희들이 쌓아온 굉장한 (안보) 자산들이 그냥 함부로 하나씩 날아가는 것이 굉장히 마음 아프다”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군 지휘부가 계엄 책임 면피를 위해 민감한 기밀까지 마구잡이로 노출시키는 추태를 보였다”는 비판이 많다. 또 계엄 사태의 전말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과도한 기밀 노출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유사시 북한의 최우선 표적인 군 핵심 지휘시설과 대북 정보망을 다 노출하는 것은 ‘자해 행위’”라며 “초유의 혼란기를 틈탄 북한의 대남 공세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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