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14일 2차 표결]
美측 “소통 시도했지만 연결 안돼”… 조태열 “상황 너무 급박해서 안받아”
“美대사 ‘尹정부 상종못해’ 본국 보고”… 野 주장, 美대사관 “전혀 사실무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정부가 동맹인 미국에 계엄 사태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조율된 입장도 마련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계엄 선포를 공유받지 못한 미측이 소통 채널을 총동원해 급히 상황을 파악하려 했으나 대응 방안이 신속하게 마련되지 않아 우왕좌왕했다는 것.
당일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3일 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 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상황 판단을 해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잘못 이끌고)하고 싶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시 급박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외교 수장이 미 대사 전화를 피하면서 한미 간 소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백악관 등 우리 고위 당국자들과 소통 시도, 대부분 연결 안 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과 4일 새벽 골드버그 대사를 비롯해 미측은 백악관을 주축으로 전 채널을 동원해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소통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연결이 안 되거나 명쾌한 상황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한 당국자가 거의 없다 보니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조율된 입장 자체가 없었다”며 “전화를 받은 사람들도 난감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골드버그 대사가 계엄 당일 조 장관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연락이 닿지 않아 ‘윤석열 정부 사람들하고 상종을 못 하겠다’는 취지로 본국에 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내부 보고에서조차 외교적 표현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는 것. 당초 “외교적인 논의 세부 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던 주한 미국대사관은 논란이 확산되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다시 입장을 내며 진화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미국을 사실상 ‘패싱’하고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는 계엄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는 데 대한 미측의 불쾌감이 여러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례적으로 ‘오판’ ‘불법’ 등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 정부 요청에 따라 조 장관과 골드버그 대사 면담이 5일과 8일 진행됐지만 골드버그 대사는 계엄 사태에 대한 미측 우려를 전달하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의 ‘한-한 공동정부 체제’ 구상 등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사전에 몰랐고, 사후에 상황 관리가 안 됐기에 미국 대사 측에서 불만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 장관도 “여러 가지 불투명한 상황에 대한 걱정도 했고 궁금한 것들을 서로 의견 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 “골드버그 대사 측 불만 커”
문제는 윤 대통령 거취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미측 우려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미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화 상대는 윤 대통령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은 민주주의, 법치주의 절차와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어떠한 가치 판단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태”라면서도 “정부 입장에선 계엄 사태 때 부족했던 소통을 가감 없이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지난 금요일 주요 5개국 주한대사들이 만나 만약 윤석열이 계속 대통령으로 있으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포함해 국제정상회담 전체를 ‘보이콧’하겠다고 결정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실제 6일 영어권 5개국 정보공유 협의체인 ‘파이브아이스’ 회원국인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주한 대사들은 비상계엄 이후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보이콧하겠다는 결정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했다. 주한 영국대사관도 “제기된 (김 의원의) 주장은 부정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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