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14일 2차 표결]
육참총장-정보사령관 잇단 공개
국방위원장-국방차관이 긴급 제동
일각 “지휘부 계엄책임 면피용 추태”
10일 생중계된 국회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민감한 군사 기밀과 보안 내용들이 잇따라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 의원과 군 장성 간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질의응답 과정에서 합동참모본부 청사의 내부 구조와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요원들의 실명 등이 낱낱이 노출된 것.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모였던 합참 지하 전투통제실(벙커)의 구체적인 층수와 내부 구조까지 설명했다. 박 총장은 손짓까지 하며 “합참에 가보면 한층 높은 (지하) 3층에 전투 통제실이 있다”며 “회의실은 지휘와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필요시 화상도 할 수 있고…”라고 설명하다가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그런 것 다 얘기해도 되느냐, 보안에 안 걸리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어 김선호 국방부 장관대행(차관)이 “총장이 중요 전투 시설에 대한 개념을 얘기하고 있다. 이건 (답변을) 끊어 주셔야 한다”고 다급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소장)을 상대로 계엄 당일 ‘20명 체포조’ 의혹 등을 질문하면서 5명의 정보사 요원의 실명을 거론했다. 특정 요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 알아요, 몰라요”, “○○○은 가까운 참모이지 않으냐”라고 반복해서 묻는 식이었고 문 사령관은 “사령부 저희 인원”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요원 신상 정보는 극비로 분류되며 신분을 감추고 해외에서 첩보 활동을 하는 ‘블랙요원’의 신상은 국방부 장관 등 극히 소수만 알고 있다.
민감한 기밀과 보안 내용이 잇따라 공개되자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중장)은 손을 들고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이 사령관은 “정보 요원들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인데 이름을 대면 큰일 난다. 시설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저희들이 쌓아온 굉장한 (안보) 자산들이 그냥 함부로 하나씩 날아가는 것이 굉장히 마음 아프다”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군 지휘부가 계엄 책임 면피를 위해 민감한 기밀까지 마구잡이로 노출시키는 추태를 보였다”는 비판이 많다. 또 계엄 사태의 전말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과도한 기밀 노출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유사시 북한의 최우선 표적인 군 핵심 지휘시설과 대북 정보망을 다 노출하는 것은 ‘자해 행위’”라며 “초유의 혼란기를 틈탄 북한의 대남 공세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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