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14일 2차 표결] 계파간 권력투쟁 혼란 가중
친윤 “탄핵 통과땐 비대위 체제로”
친한 “당권 잡으려 노골적 시도”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한동훈 대표는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영남 지역 친윤계 의원)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윤계 권성동 의원이 당선되면 국민의힘은 그냥 내란동조당, 구제 불능의 폐족이 되지 않을까 싶다.”(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탄핵 정국 속에도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가 치열한 당권 투쟁을 벌이며 당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친윤계와 친한계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당내 권력 투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당헌당규상 당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면 대표직에서 사퇴해야 한다. 차기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조기 대선 국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계파 전면전 양상을 띤 것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여당 지지층 내에서 한 대표를 겨냥한 ‘배신자 프레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친윤계는 보고 있다. 이에 친한계는 “친윤계가 탄핵 흐름을 막지 못하자 한 대표를 축출하는 ‘당내 쿠데타’를 획책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친윤계와 친한계 간 갈등이 극에 달할 경우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겪었던 분당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친윤 “탄핵 통과 땐 곧바로 비대위 체제”
한 영남지역 친윤 의원은 11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한 대표도 바로 아웃”이라며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을 자진 하야시키고 자신의 책임을 면한 후 대선 후보가 되려는 꼼수를 부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친윤 중진 의원도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는데 한 대표가 대표 자리를 지키겠다고 한다면 정말 후안무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2일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에서 권 의원이 선출되고, 탄핵소추안 가결 등의 여파로 한 대표가 사퇴한다면 권 의원이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친윤의 셈법이다. 친윤계인 김민전 김재원 인요한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중 한 사람만 사퇴해도 한 대표 체제는 붕괴되고 비대위로 전환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친윤계는 권 의원 지지표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수도권 재선 조은희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의원 지지가 확실한 것으로 분류된 13명의 명단이 담긴 문자를 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조 의원과 문자를 주고받은 상대는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으로 추정된다.
친윤 일각에선 윤 대통령 탄핵이 향후 당권 장악에 유리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 친윤계 의원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해 기각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친한 “친윤, 당권 잡으려는 시도 아주 노골적”
친한계는 권 의원의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비판하며, 친윤계를 적극 견제했다. 신지호 부총장은 “최근 용산, 당내 친윤의 움직임을 보면 어떻게든 한 대표를 축출해 당권을 잡으려는 시도를 아주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대통령은 내란죄 수괴 혐의로 구속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 친윤 핵심이 원내대표가 된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한 대표도 권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나선 데 대해 주변에 “국민에게 윤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인식되는 사람”이라며 “계엄 옹호당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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