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도 “제일 중요한 날에 담화를…” 당혹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의원이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시청하면서 “지금 뭐 하는 거냐”며 당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원내대표 후보로 나섰던 김태호 의원도 담화 때문에 선거에 관심이 없어지겠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권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을 위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선거 2시간 전인 오전 9시 40분경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방송으로 송출되자 권 의원은 의총장 문 앞에 서서 휴대전화로 이를 시청했다.
잠시간 화면을 응시하던 권 의원은 “뭐 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했다. 이내 휴대폰을 끄고는 “아이씨”라고 혼잣말하며 보좌진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옆에 서 있던 김 의원도 “담화를 지금… 오늘 제일 중요한 날에…”라고 했다. 권 의원은 “그러니까, 왜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라며 공감을 표했다.
김 의원이 멋쩍게 웃으며 “(담화가) 원내대표 선거를 다 잠식하는데?”라고 하자, 권 의원도 따라 웃으며 “그러니까, 당 대표(한동훈)도 (기자회견)하고 대통령도 (담화 발표)하고 뭔 내용인지도 모르겠고…”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 관심이 없어지겠는데…”라며 씁쓸해했다.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권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 선거에서 과반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 권 의원은 이날 정견 발표에서 자신이 친윤임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 선거기간부터 정권교체 이후에도 물밑에서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제일 많이 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야당이)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또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지키려 했던 것”이라며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담화 대부분을 할애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담화 직후 의원총회에 참석해 “대통령 담화는 지금의 상황을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화하고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비판하면서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하자는 제안을 드린다”고 했다. 이에 친윤계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과 고성 설전을 벌였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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