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12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단상에 올라 윤 대통령의 ‘내란 자백’과 제명, 출당을 언급하자 이철규 강명구 임종득 등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대표 사퇴하라고”, “원내대표 선거하는 자리야”, “그냥 내려오세요”라고 고함을 쳤다. 강 의원은 한 대표에게 삿대질하며 “사퇴하라”고 소리쳤다.
이 의원은 ‘찐윤(진짜 친윤)’으로 꼽힌다. 강 의원은 20대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일정과 메시지 관리를 맡았고 대통령실 부속실과 국정기획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임 의원은 국가안보실 2차장 출신이다.
언론에 공개된 의총장에서 한 대표는 소리 치는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일어나서 말씀하세요” “반말하지 마세요. 경어를 써주셔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맞받았다. 이에 임 의원은 “못 일어날 것 같아”라고 반말로 고성을 질렀다. 공개 의원총회에서 한 대표와 친윤계가 거센 설전을 벌이자 중립 성향의 권영진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표 대결을 하느냐. 미친 짓 아니냐”고 소리쳤다.
한 대표가 “원내대표로 부적절하다”고 했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날 과반 득표로 당선되면서 당 투톱 간 갈등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친윤계는 당장 탄핵이 가결되면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내대표는 당 비상 상황 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반면 한 대표는 주변에 “계엄을 막은 정당이라는 명분은 내게 있다.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관계자는 “의총 충돌은 친윤 대 친한 권력투쟁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며 “탄핵 여파로 당이 두 동강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의총서 韓에 “사퇴하라” “나와” 아수라장
한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거세게 항의하는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이제 분명히 우리의 생각과 입장을 정해야 할 때다. 담화를 못 보고 온 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오라”고 했다. 이에 20대 대선 캠프에서 기획팀장을 지낸 이상휘 의원은 “의원들이 다들 담화를 들었고 각자 가진 생각이 많다. 대표는 여기서 주관적인 입장을 말씀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철규 의원도 “당 대표가 수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고 재판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내란죄라고 대통령을 단정하는 건 좀 서두르는 감이 있지 않나”라고 가세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 담화 직후 윤 대통령의 제명, 출당을 위한 심야 긴급 윤리위원회를 이날 소집한 것을 두고도 맞붙었다. 비상계엄령 선포 다음 날 윤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했는데 제명, 출당으로 수위를 높인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당장 출당시키는 것은 한마디로 배신의 정치다. ‘배신의 정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 당권 놓고 친윤-친한 긴장 고조
친윤계에선 14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그 여파로 한 대표가 사퇴하면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헌 당규상 당 지도부 중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이 사퇴하면 비대위로 전환된다. 친윤계인 김민전 김재원 인요한 최고위원이 사퇴하고, 친한계 장동혁 진종오 최고위원 중 한 명만 자리를 내놓으면 ‘한동훈 지도부’가 무너진다는 논리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탄핵이 가결되면 다 사퇴는 당연하다. 지도부가 다 붕괴돼야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조만간 있을지도 모르는 대선에 대비하는 태세까지 마치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반면 친한계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대통령 담화 후 “대통령이라는 직함도 부르기 싫을 정도다. 이제는 윤석열 씨라고 하겠다”며 “권 의원은 본인도 친윤이라고 하는 분인데, 친윤이 어떻게 이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되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탄핵 가결 시 사퇴를 시사했던 장 최고위원은 오후 “아침부터 탄핵에 대해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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