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 전후 ‘부처별 행동지침 문서’ 외교-기재 장관에 건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3일 17시 18분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2.12.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12.12.서울=뉴시스
이탈리아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마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27.뉴시스
이탈리아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참석을 마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27.뉴시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의 긴급 현안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2.13/뉴스1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의 긴급 현안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2.13/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국무위원들에게 부처별 계엄 관련 조치 사항 등을 적은 문서를 전달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겐 선포 직전 ‘비상계엄 시 재외공간 행동지침’ 등이 담긴 한 장짜리 자료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겐 선포 직후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 및 유동성 확보 등’에 대한 지침을 적은 한 장 짜리 자료를 각각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계엄이 야당에 대한 “경고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전에 체계적으로 비상계엄을 준비하고 관련해 주요 부처에 각각 행동 지침도 전달한 것은 사태 장기화를 대비했다는 뜻으로 풀이돼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계엄을 금방 끝낼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 尹, 최상목 조태열에 각각 지시 문건

조 장관은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서 “(계엄 당일인 3일) 오후 8시 50분 정도에 도착해 9시 경 집무실에 들어갔더니 네댓 명의 국무위원이 있었다”며 “앉자마자 대통령이 종이 한 장을 주며 ‘계엄을 선포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종이에 외교부 장관이 조치할 간략한 몇 가지 사항이 있었다”며 문서 내용 중 ‘재외 공관에서는 어찌 해라’는 내용 정도만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서너 줄 줄글이었고, (상황이) 충격적이어서 ‘재외공관’이라는 단어만 기억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재외공관에 대한 조치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 놓고 나와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없었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질의에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했다.

조 장관은 당일 국무회의 전후 상황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종이를 받은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어찌 생각하느냐’고 의견을 물어 외교적 파장 등을 우려하며 대통령에게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12일 담화 때와 비슷한 주장을 하며 “(계엄은) 나의 판단에서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10여 분 간 집무실에 있었고, 나가달라는 요청에 대접견실에서 대기하며 한 총리와 토론하며 걱정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윤 대통령이 한 총리만 다시 집무실로 불렀고, 그 자리에서 한 총리가 “국무위원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나머지 국무위원들에게 연락이 갔고 그 뒤로 20~30분 사이 한 명씩 도착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토의를 하거나 회의를 할 환경이 아니었다”며 “나중에 (계엄 발표에) 임박해서 온 몇몇은 의견 개진이나 상황 파악을 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한 총리도 이날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했느냐’는 질의에 “전혀 알지 못했고 저를 거치지 않았다”며 “분명 법에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답해 계엄 선포의 절차적 위헌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계엄법 제2조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 사유가 발생한 경우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의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

최 부총리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한 직후 문서 형태의 참고자료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한 뒤 들어와서 참고하라고 접은 종이 한 장을 줬다”며 “당시 무슨 내용인지는 열어 보지 않고 주머니에 넣은 뒤 차관보에게 맡겼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4일 새벽 국회가 계엄해제를 의결하고, 기재부 간부 회의가 끝날 때쯤에야 뒤늦게 종이를 열어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 상황에서 재정자금을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 그런 한 두 개 정도가 적혀 있었다”며 “종이를 폐기하지 않고 갖고 있다”고 했다.

“(조 장관과 최 부총리 외에) 추가로 문서를 받은 국무위원은 손을 들어달라”는 진보당 윤종오 의원 요구에 나머지 국무위원은 손을 들지 않았다.

● 野 “계엄 금방 끝낼 생각 없었던 것”

이와 관련해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서 ‘경고성 계엄’을 했다면 순차적이고 체계적으로 계엄 이후 경제와 외교에 대한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을 줬을리 만무하다”며 “계엄을 금방 끝낼 생각 없이, 외교·경제를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복안이 머릿속에 있어 문건까지 작성했고 해당 장관들에게 배포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지난 10월 북한이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강호필 지상작전사령관이 술자리에서 ‘내가 보냈다’고 말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작사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초‧재선 의원들을 질의자로 집중 배치해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민주당 책임을 집중 거론했다. 초선인 박준태 의원은 “국민의힘은 계엄 선포 즉시 ‘비상계엄은 잘못된 것으로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곧바로 입장을 냈다”며 “계엄 동조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허위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석에선 “그러니까 내일은 탄핵하라”, “역사에 죄인”이라는 고성과 야유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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