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표결 참석뒤 부결’ 당론에도 이탈표 늘어
“한동훈 리더십 문제” vs “韓 물러날 이유 없어”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은 108명 중 최소 12명으로 추정된다. 여당 의원들의 이탈에 따른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향후 여권은 주도권을 둘러싼 대혼란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친윤(친윤석열) 권성동 원내대표가 이날 표결 전 의원총회를 통해 ‘표결 참여로 부결’ 당론을 정했지만 친한(친한동훈)계와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의원들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이로써 여전히 당 주류를 자처하는 친윤계와 탄핵에 앞장섰던 친한계의 치열한 다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에 접어들었다”며 국민의힘 분당 가능성도 제기된다.
● 오전 의원총회부터 이탈 조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은 재적 의원 300명 전원이 투표에 참석해 찬성 204표로 가결됐다. 탄핵을 주도한 야 6당과 무소속 의원 192명이 모두 탄핵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국민의힘에선 최소 12명이 탄핵에 찬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당에선 이날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까지 7명만 공개적으로 찬성을 밝혔지만 실제 투표에선 5명이 더 이탈한 셈이다. 여당 내에선 사실상 친한계가 대거 이탈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표결 이틀 전(12일) 기자회견과 공개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하자”고 입장을 낸 것에 친한계 의원들이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 의원들의 이탈 조짐은 이날 오전부터 뚜렷했다. 표결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엔 전체 108명의 여당 의원 중 절반가량만 제시간에 의총장을 찾았다. 국민의힘 당원 1호인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회의인데도 참석률마저 저조했던 것이다.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친윤, 중진 의원들이 반대 당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친윤계 재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내란 공범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너무 명확하다”고 했다. 영남 지역 4선 중진 의원도 “정말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는 것이냐”며 “이번에도 부결시키면 민주당이 분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탄핵 반대파들의 주장도 탄핵 흐름을 막진 못했다. 친한계인 조경태 의원은 “(탄핵 반대) 논리가 과연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었겠느냐”며 “당명이 국민의힘인데 국민의 짐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 與 대혼란 속으로
이로써 여당은 대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졌듯 국민의힘도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친윤계는 당장 탄핵소추안 가결 책임을 물어 한동훈 지도부의 존속 여부를 두고 대대적인 공세를 벌일 태세다. 한 대표가 탄핵 공개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탄핵 반대라는 당의 단일대오가 깨지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출신의 한 친윤계 의원은 “대통령 탄핵은 당연히 여당 책임, 지도부 책임이다. 한동훈 리더십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당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최고위원 구성은 친윤계(김민전 김재원 인요한)가 3명, 친한계(장동혁 진종오)가 2명이다. 친윤계가 모두 최고위원직을 던지고 친한계 최고위원 중 1명이 물러나도 지도부가 와해된다.
친한계는 “당이 내란 공범이 되는 걸 막은 것이 한 대표와 친한계”라며 “한 대표가 물러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친한계 지도부 인사는 “한 대표마저 물러나면 중도층은 여당에 눈길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선 당이 분열하면 거대 야당을 당해낼 수 없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내란 동조 정당’으로 몰고 가고 있는 데다 특히 “여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입장을 막았다”며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고 있어 당이 깨질 경우 여당 의원들이 하나하나 각개격파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팽배한 것이다. 중립 성향의 한 여당 의원은 “윤 대통령 한 명이 탄핵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라며 “일단은 뭉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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