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용현·여인형… 비상계엄 핵심은 ‘충암고 3인방’

  • 주간동아
  • 입력 2024년 12월 15일 09시 15분


비상계엄의 또 다른 피해자 ‘충암고’… 재학생들 “40년이나 지난 졸업생, 우리와 무관”

“이번 일로 충암이라는 이름이 오염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윤 대통령이 충암고 동문이라는 점을 한 번이라도 내세웠다면 이렇게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교내는 물론 학교 홈페이지, 홍보물 그 어디에도 윤 대통령 사진 한 번 건 적이 없다. (충암고는) 예산 부족으로 체육관과 급식실 공사를 3번이나 중단했고, 올해 완공까지 장장 4년이 걸렸다. 대통령실에 특별교부금을 요청해보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그런 것도 일절 하지 않았다.”

이윤찬 충암고 교장이 12월 11일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충암고가 지탄의 대상이 된 데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한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 일명 ‘충암고 3인방’이 주축이 된 이번 계엄 사태 이후 그들의 모교인 충암고를 향한 도를 넘어선 공격이 지속되고 있다. 교무실로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은 물론, 교복을 입은 재학생에게 달걀을 던지거나 “학교명을 ‘계엄고’로 바꾸라”는 식의 조롱과 욕설, 협박이 쏟아졌다. 현재 충암고는 학생들 신변 안전을 위해 등교 복장을 자율화하고, 등굣길 순찰을 강화한 상태다.

“尹 사진 한 번 건 적 없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모두 서울 충암고 출신이다(왼쪽부터).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모두 서울 충암고 출신이다(왼쪽부터). [뉴스1]

충암고가 이렇듯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계엄 선포에 대한 일선 군 지휘관들의 증언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서다. 바로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으로 이어지는 ‘충암고 라인’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7회 졸업생)은 윤 대통령(8회)의 충암고 1년 선배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하고 계엄사령관(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추천했으며 계엄 선포 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해 작전을 지휘했다는 형법상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다. 사태 관련자 중 처음으로 검찰에 구속 수감됐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여 전 사령관은 충암고 17회 졸업생으로 윤 대통령의 9년 후배다. 방첩사령관은 계엄 시 계엄사령관 다음 가는 ‘넘버2’ 합동수사본부장을 맡는 주요 직책이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 주요 정치인 14명의 체포 및 구금을 지시했으며, 이를 위해 경찰과 국정원에 체포 대상자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선관위 서버 복사 또한 여 전 사령관이 직접 지시했다는 방첩사 1처장의 증언이 나왔다. 그 밖에 경찰을 관할하고, 계엄 관련 국무회의에서 계엄에 동조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충암고 출신(12회)이다.

충암고 학연으로 이어진 이들이 사전에 내란을 모의했다는 의혹도 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대선 경선 캠프에 외교·안보 정책 자문역으로 합류한 뒤 윤석열 정부 첫 대통령경호처장을 지냈다. 그러다 올해 8월 차기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지명됐다. 취임한 지 11개월밖에 안 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국가안보실장으로 이동하고, 7개월 만에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떠나는 등 안보라인이 대거 교체되면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말이 돌았다.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계엄 준비를 위해 충암고 출신 군 인사가 전진 배치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김 전 장관은 “거짓 선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취임 3개월 만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여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시절부터 처장 공관에서 비밀 회동을 해온 이른바 ‘관사 모임’ 멤버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방첩사가 사전에 계엄 대비 문건을 작성했으며, 계엄 선포 이틀 전부터 북한 오물풍선 등을 이유로 간부들에게 대기 지시를 내리는 등 계엄 준비에 가담한 정황들도 포착됐다.

충암고 출신인 이들 내란 주동자에 대해 ‘제2 하나회’라는 날 선 비판이 확산하면서 충암고에도 불똥이 튀었다. 12월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한 이윤찬 교장은 “뉴스에 계속 ‘충암파’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이) 부끄러워하고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다”면서 “인근 학교 친구들로부터 많은 놀림을 받고 어른들이 식당, 거리에서 조롱 투의 말도 많이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윤명화 충암학원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윤석열과 김용현 등을 충암의 부끄러운 졸업생으로 백만 번 선정하고 싶다”면서 “충암 학생들이 무슨 마음고생인지”라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충암고 “2021년 방문 말라고 해”

유독 충암고가 부각되는 이유로는 윤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 시절부터 충암고를 공개 방문하는 등 모교에 애정을 드러냈다는 점이 꼽힌다. 윤 대통령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시절 150명의 대규모 인원을 이끌고 충암고 야구부를 찾았다. 당시 충암고는 이틀 전 갑작스레 방문 통보가 이뤄진 데다 공직선거법, 정치적 중립의무, 코로나19 방역 등을 이유로 방문을 반대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장은 “‘교장이 뭔데 선배가 후배를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느냐’는 거친 언사가 오갔다”며 “어쩔 수 없이 방문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해 허용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충암파 학적 말소 및 제명 요구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한 바 없다”고 답했다.

충암고 재학생들도 윤 대통령과 관련성을 부정하며 12월 10일 학생회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윤석열) 대통령 및 논란의 인물들은 충암고를 졸업한 지 40년이나 지난 졸업생이다. 이들은 충암고를 잠시 거쳐 간 인물일 뿐 재학생과는 아무 관련 없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 부디 충암고와 재학생을 향해 비난하는 일은 멈춰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69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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