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두고 “일단은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탄핵 남발이 자칫 국정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잠정 보류한 뒤 정부와 국회에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 속 혼란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 정부도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의 뒤로 보이는 백드롭(배경 현수막)은 윤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과 함께 내란극복! 국정안정!’이라는 문구로 교체됐다. 이 대표는 “이제 겨우 한고비를 넘겼고,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며 외교 공백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비상계엄 사태로 국방·안보, 외교 공백 등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정부와 국회에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국정 안정과 국제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국회와 정부가 대한민국 전반에 불어닥친 위기를 조속히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총리실도 즉각 “국정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금융·외환 관리 당국을 향해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빈틈없이 가동시켜달라”며 “정부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이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은 국회에서 헌법재판소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이 대표는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의 파면절차를 신속히 진행해달라”며 “그것만이 국가의 혼란을 최소화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속한 특검의 출범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내란 상설특검과 일반특검은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또 “혼란을 수습하고 대한민국 회복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국정안정·내란극복특별위원회 출범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그간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검토해왔다. 이 대표는 관련 질문에 “(한 권한대행의) 내란 사태의 책임, 기존의 국정 난맥의 책임을 물어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미 총리께서 직무대행으로 확정이 됐고 많은 탄핵을 하게 되면 국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일단은 탄핵 절차는 밟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단’이라고 표현해 향후에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탄핵이 결정되는 것이냐’는 취지의 물음에 이 대표는 전날 한 권한대행과 통화한 사실을 밝혔다. 이 대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서 중립적으로 정부 입장에서 국정을 해나가시라는 말씀드렸고, 총리(권한대행)께서도 흔쾌히 동의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거부권 행사는 1당과 2당간의 정책적, 정치적 입장 차이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거부한다는 것은 정치적 편향일 수 있다는 말씀도 드렸다”고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을 이어받는다. 이에 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넘어온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앞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3일 윤 대통령에게 국회법 개정안 등 야당이 지난달 28일 단독으로 처리한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기 전이었다.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도 12일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이는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한 법안들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는 ‘2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아도 대선에 출마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기소 자체가 매우 정치적이고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건 많은 분이 동의한다”며 “법과 상식에 따라 합리적 결정이 이뤄질 것이고 저 역시도 그 과정을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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