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탄핵 찬성→반대→찬성 입장 바꿔
12일 의총서 친윤과 공개 충돌도
20여명 친한계 찬성표 결집 못해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붕괴되면서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이 대표 취임 5개월 만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는 14일 ‘탄핵 반대’ 당론에 공개적으로 맞서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당론 찬성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찬성표가 12표에 그치면서 20여 명의 친한(친한동훈)계 결집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친한계 일각에서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대표가 탄핵안을 두고 찬성→반대→찬성으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위헌 논란을 일으킨 ‘한-한(한덕수 국무총리-한동훈 대표) 공동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한 대표 스스로 리더십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한 친한계 의원은 “한 대표가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른 메시지를 낸 것이지, 대통령을 비호해선 안 된다는 원칙은 뚜렷했다”고 전했다. 친윤계가 윤 대통령 탄핵을 막을 수 없는 흐름임을 알면서도 한 대표에게 책임을 돌리며 집단 린치를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대표는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과 함께 막겠다”며 당 의원 18명과 함께 국회 본회의장을 찾아 계엄령 해제를 이끌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가 그날 밤 ‘비상계엄당’ ‘내란당’으로 몰리는 것을 주도해 막았다. 그 순간은 계엄령을 막은 명분을 쥐었고 한 대표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 직후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안 카드를 꺼내자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5일),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6일),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하자”(12일)로 입장을 바꿨다. 이에 당내에선 “의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독단적인 결정으로 혼란만 일으켰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한 대표도 12일 탄핵 찬성 선회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혼란에 대해 사과했다.
7일 윤 대통령 탄핵안 1차 표결이 정족수 부족으로 폐기된 뒤에는 ‘국무총리-여당 공동 국정 운영’을 들고나와 위헌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시 “니(한 대표)가 어떻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직무 배제할 권한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가 원내대표 선출을 위해 진행된 12일 의원총회에서 직설적 화법으로 일부 의원과 공개 충돌한 것도 리더십 균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이 발표한 담화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며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그만하고 내려오라” 등 고성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실 출신인 강명구 의원은 한 대표에게 삿대질하며 “사퇴하라”고 소리쳤다. 한 대표는 소리치는 의원들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일어나서 말씀하세요”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맞받았다.
한 대표는 지난해 12월 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했다가 4·10총선에서 민주당에 참패하며 사퇴했었다. 이후 올 7월 ‘63% 당심―민심 지지율’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친윤 진영과 중립지대 의원 등 원내 의원들을 향한 장악력 확보에는 실패했다.
다만 한 대표가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해 민심과 괴리된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 진영에 맞서면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반론도 크다. 한 친한계 인사는 “당내 의원들과 친하게 지내겠다면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현 시점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더욱 컸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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