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204표 찬성’ 탄핵 가결, 국회 표정
與 ‘반대’ 당론 유지에도 속속 이탈… ‘가’ 옆에 큰 점, 찬성 암시 무효표도
의총서 일부 “각자 표결 밝히자”… 68% 찬성, 박근혜때 78%보다 낮아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총투표 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5시경 탄핵소추안 가결을 밝히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이날 본회의에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11일 만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까지는 5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탄핵 가결 키를 쥔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표결에 임하면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시종일관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204명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최소 12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공개적으로 찬성한 7명 외에도 5명이 더 찬성한 셈이다. 기권(3표)과 무효표(8표)를 더하면 여당 내에서 최대 23명이 이탈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싫어하는 민주당 의원 중에도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있을 수 있다. 여당 내 찬성표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 무효표도 ‘가(찬성)’ 적고 옆에 큰 점
재적 의원 300명 중 야당 의원이 192명인 것을 감안하면 204표의 탄핵 찬성표 중 최소 12표는 국민의힘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탄핵 찬성 의견을 밝힌 조경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김재섭 진종오 한지아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여당 내부에서 추가로 5명이 찬성한 것이다.
기권 3표와 무효 8표에서도 찬성을 암시하는 표가 나왔다. 한 감표위원에 따르면 무효 8표 중 1표는 한글로 ‘가’라고 쓰고 옆에 큰 점을 찍은 표였다. 3표에는 용지에 한글로 ‘기권’이 적혀 있었고, 2표는 한글로 ‘가부’가 모두 적혀 있었으며, 1표는 알아볼 수 없는 한자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기권 3표는 투표용지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투표용지에는 탄핵에 찬성하면 한글이나 한자로 가(可), 반대하면 부(否)를 적어야 하고 이 외에는 모두 무효표가 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에 추경호 전 원내대표를 포함하자 탄핵안에 찬성하려 했던 국민의힘 의원 중에도 기권이나 무효를 택한 의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찬성 의사를 밝혔던 안 의원도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 “동료를 팔아먹으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서울 지역 한 의원도 “추 전 원내대표가 탄핵안에 명시돼 여당 의원들의 위기감을 키운 것 같다”며 “그 영향이 없었다면 여당 이탈표가 최대 30표까지 나올 걸로 봤다”고 했다. 안 의원은 15일 입장문을 내 “동료 의원이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것에 대해 의총에서 우려하는 의견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표결에 영향은 없었다”고 밝혔다.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당시와 비교하면 찬성표는 줄었다. 당시에는 전체 재적 의원 299명 중 234명 찬성으로 전체 의원의 78.3%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에는 300명 중 204명이 찬성해 68%가 찬성표를 던졌다.
● 與 의총서 탄핵 찬성 색출 시도
이날 표결과 개표가 진행되는 54분 동안 여야 의원들은 고성이나 야유 없이 굳은 표정이었다. 탄핵 가결이 선포되자마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본회의장을 떠났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은 눈을 질끈 감거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 있기도 했다. 반면 조경태 의원과 김상욱 의원은 본회의장 자리를 지켰다.
표결 직후 이어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한 명씩 일어나서 찬성, 반대, 기권 등을 밝히자” “종이 나눠주고 표결을 적어보게 해야 한다”며 무기명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대략 의원 5명이 색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의총에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할 때 거수로 표결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당론을 거수로 정하거나 무기명 투표를 공개적으로 밝히라고 할 때 압박이 정말 컸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원내 지도부가 탄핵보다 분열이 문제라고 하더니, 찬반을 가려내자는 시도가 당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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