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당내 “친윤-중진-TK-법조 출신들
한동훈 대표 쫓아내고 기득권 강화
8년전보다 반성 없어 민심과 거리”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사과하고 반성하니 정권도 빼앗기고 고생만 한다는 잘못된 학습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제대로 된 자성론마저 실종된 여당 상황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이 의원은 탄핵 반대를 주도한 중진 의원들에 대해 “오히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처럼 버티면 득세할 수 있다는 삐뚤어진 믿음을 일부 의원이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여파로 조기 퇴진하면서 “국민의힘이 ‘도로 친윤당’이 됐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친윤(친윤석열)계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을 겨냥해 ‘색출’ ‘부역자’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거세게 압박했다. 탄핵에 찬성했던 친한계를 밀어내고 친윤계를 필두로 한 중진과 대구·경북(TK) 의원, 법조인 출신 의원 등이 “똘똘 뭉치자”란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에 공개 찬성한 김상욱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은 소수 극우 파시즘 위헌정당이 될 것이냐, 아니면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통 보수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냐의 갈림길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밖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성과 성찰은 보이지 않고, 친윤계의 공세와 이에 따른 계파 갈등만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 TK 초선 의원은 “정리할 건 하고 가야 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며 “아무 일 없듯이 절대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 다른 TK 재선 의원도 “당론과 다른 결정을 하고 숨어 있는 의원들은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소명하라”라고 말했다. 김예지 의원처럼 탄핵에 찬성한 비례대표 의원을 향해서는 “탈당하라”는 요구도 제기됐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본인이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해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후안무치하게 제명해 달라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당론 위배 해당 행위로 당원권 정지 3년 하고, 지역구 의원들 중 탄핵 찬성 전도사들은 당원권 정지 2년 정도는 해야 당의 기강이 잡히지 않겠는가”라며 “신속할수록 좋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도로 친윤당’과 관련해 “당내 기득권 세력 강화”라는 비판도 감지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결국에는 한 전 대표를 쫓아내고, 친윤계와 중진 의원들, TK 지역 의원들, 법조인 출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것 아니냐”며 “탄핵을 겪어도 남아 있는 권력을 누리자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공천이 계속 잘못되면서 소장·개혁파가 사실상 소멸한 것도 당이 이렇게 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여당 내에서는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도 지금보다는 많은 성찰과 반성이 이어졌다”며 “민심과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는 당시 선도 탈당했던 김용태 전 의원과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등을 중심으로 성찰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이들은 2016년 12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백, 저부터 반성하겠습니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였다. 한 여당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그래도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5년 만에 정권을 찾아온 것”이라며 “뻔뻔해야 한다는 의원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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