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행, 양곡법 등 거부권 행사 무게… 막판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7일 03시 00분


“여야정 협의체 가능, 여러 난제 논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왼쪽)이 16일 제10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왼쪽)이 16일 제10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무게를 두면서도 막판 고심을 하고 있다. 17일 국무회의에서 이들 법안의 상정을 보류하는 대신에 이번 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야당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한 권한대행은 16일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여야 정치권과 국회의장을 모두 포함하는 협의체가 발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난제를 그 협의체에 올려 논의, 소통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충분한 숙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해당 안건의 17일 국무회의 상정을 보류하고 야당과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6개 법안의 거부권 행사 시간이 21일까지인 만큼 야당을 충분히 설득한 뒤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韓대행, 양곡법 등 거부권 행사 하루전 일단 보류… “野 설득”
[탄핵 가결 이후] 韓, 거부권 행사 무게
韓 “탄핵 중요치 않아” 거부권 시사
21일 시한, “주 후반에 국무회의”… 총리실, ‘간호법’처럼 합의처리 거론
野 “대행 거부권 행사 안돼” 경고 속… 특검법 대응과 달리 탄핵엔 신중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통화에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대한민국 미래를 봤을 때는 적절치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고심 끝에 해당 법안들의 거부권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17일 국무회의를 하루 전 보류했다. 이 법안들의 거부권 시한은 21일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번 주 후반부에 임시 국무회의가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 전까지 야당과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헌법과 법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제도와 정책이 반드시 유지되고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정 협의체 언급과 함께 애초 연설문 초안에 없었던 내용을 한 권한대행이 현장에서 강조한 것이다. “국회와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상속증여세 완화 법안을 다시 제출해 빠른 시일 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한 권한대행이 이같이 강조한 것은 18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이 만나는 등 이 대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 가동 가능성이 있으니 거부권 시한 전까지 해법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향해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거부권 행사 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 韓 “탄핵 중요치 않아” 野 설득 나서

정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한 권한대행이 주변에 ‘나한테 탄핵은 중요하지 않다. (거부권 행사) 판단 기준은 헌법, 법률, 국민 미래다. 국정을 안정시키는 것이 내 마지막 소임’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가 6개 법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있는 만큼 원칙적으로는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부에서 반대해 왔던 법안들에 대해 정치 상황이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내버려 두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한 권한대행은 야당에 법안의 문제와 보완책에 대해 최대한 설득하고 대화하면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방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일방적으로 거부권 행사를 강행할 시 민주당의 반발로 한 권한대행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는 만큼 숙고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다.

총리실 내에서는 진통 끝에 여야 합의로 8월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모델에 주목해 제3의 길을 모색하는 방법도 검토되는 기류다. 한 관계자는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느냐 마느냐 이분법적으로 볼 것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의 1차 거부권 행사 뒤 민주당에서 간호조무사들의 반발이 심하니 문제 조항을 빼고 법안을 마련해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번 주 후반부 임시 국무회의에서 쟁점 법안 6개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그 전에 야당과 충분히 대화해 합의점을 찾으면 이후 여야가 합의해 보완된 개정안을 다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다른 쟁점 법안인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12일 국회를 통과해 아직 정부로 이송되지 않아 함께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총리실의 설명이다.

● 거부권 뒤 합의 처리 간호법 모델 거론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회 권력이 행사한 입법권에 대해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단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이것이 (탄핵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이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사용할 경우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지만 6개 법안 거부권 행사 시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 대표 권한대행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 내에서 당당히 권한을 행사해 달라. 결코 민주당의 협박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덕수#양곡법#거부권#여야정 협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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