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17일 탄핵 정국으로 인한 보수궤멸 위기 속에서도 비상대책위원장에 친윤(윤석열)계 권영세 의원과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탄핵 반대 당론을 주도한 나경원 의원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지적했다. 친윤계와 중진 의원 그룹을 중심으로 탄핵 민심에 역행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낡은 기득권 꼰대정당으로의 회귀’라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이렇게 지리멸렬하다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시 조기 대선에서 무난히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18일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 후보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 與, 원내 중진 비대위원장으로 갈듯
국민의힘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내부 인사로 해야 한다는 방안,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하는 게 어떻겠냐는 방안도 있다”며 “2가지 안이 나와 18일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본격 논의를 하고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6일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과 비대위원장 인선 등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탄핵 정국 혼란 수습을 위해 경험 있는 원내 중진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권 의원과 권 원내대표, 나 의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분위기다. 과거에도 원내대표가 과도기적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을 겸임한 전례가 있다. 2014년 5월 이완구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두 달간 비대위원장을 겸임했다. 당내 일각에서 외부 인사 영입 주장도 제기됐으나 의원들의 지지를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친윤과 탄핵에 반대했던 중진으로 보수 궤멸 위기를 극복 가능하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활동했고,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도 역임하는 등 친윤계로 분류된다.
권 원내대표는 대선 초기부터 윤 대통령을 도왔고, 대선 국면 당시 후보 비서실장, 당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원조 ‘윤핵관’으로 불렸다.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권성동 원내대표 등을 윤핵관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지난해 3·8 전당대회 때 친윤계 초선 의원 53명의 사퇴 연판장 사태를 겪어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된다. 하지만 나 의원은 탄핵 정국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주도한 대표적 중진 의원으로 꼽힌다. 나 의원은 14일 국회를 통과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해 “증거와 기타 참고자료는 달랑 언론기사 63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민심 역행한 낡은 기득권 지키기”
국민의힘 내에서는 “신선함 없는 ‘낡은 기득권 꼰대정당’ 이미지로 보수궤멸 위기와 조기 대선 국면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친윤이나 중진 비대위원장으로 중도와 수도권, 청년 민심을 잡을 수 있겠느냐”며 “미래 지향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과 중진 그룹 중심으로 가는 체제로 성난 민심을 넘어설 수 있겠느냐”며 “백지에서 시작하는 파괴적인 창조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친윤계와 탄핵 반대 중진은 안 된다는 공개 반발도 나왔다. 친한(친한동훈)계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계엄을 옹호하는 정당, 탄핵을 반대하는 정당의 비대위가 과연 정권 창출을 할 수 있겠느냐”며 “당명이 내란의힘이 아니지 않느냐. 내란옹호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와 탄핵소추로 인해서 국민들에게 큰 불편과 혼란을 가중시킨 점에 대해서 집권 여당의 일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공식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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