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7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회동에서 정면 충돌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권 원내대표가 취임한 후 여야 원내대표가 처음 마련된 공식 자리였다. 여야가 국정 안정을 위해 머리를 처음 맞댄 자리에서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 문제 등 각종 현안을 놓고 한 치의 물러남 없는 설전을 벌인 것이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의장 집무실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하고 “이 순간만큼은 여야가 국정 안정과 국민의 안심을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았으면 한다”며 “국회 추천 몫 3인의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관련 일정 등에 대해 여야 간 협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모두발언은 박 원내대표가 먼저 시작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신속하게 개시해야 한다”며 “그게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에 동조했던 국민의힘이 조금이라도 국민 앞에 죄를 씻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조특위 개시 등 5개 사안을 거론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상견례 자리에서 정치 공세를 남발하는 민주당 원내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상대 당) 원내대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여야 원내대표는 각종 현안을 두고 부딪쳤다. 특히 현재 공석인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명 선출을 놓고 극명한 대립을 보였다. 헌재는 현재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심리 절차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파면 여부 결정에는 부담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에 야당은 ‘9인 체제’를 회복하기 위해 재판관 3인의 임명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위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 원내대표는 오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했는데, 2017년도에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그때는 (권 원내대표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고 했다”며 “국회가 추천하는 헌법재판관 임명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이미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 민주당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박범계 법사위 간사 모두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며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 된다는 민주당의 논리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잘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때의 전례를 따르면 논란도 없고 여야 간에 분쟁할 소지도 없다”고 했다.
야당 주도로 강행처리된 법안 등에 대한 한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도 충돌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소극적 권한행사도 안 된다면서 적극적인 권한행사인 거부권을 주문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며 “국회가 의결해 통과시킨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종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시국에 국무위원들에게 여당이라면서 불필요한 압박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이라든가 장관 임명권은 권한대행이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행사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국가 원수의 지위에서 행사하는 헌법재판관 임명권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 이전에 야당인 민주당이 오로지 이재명 대표의 범죄 사실을 덮기 위해 국회의 입법권을 있는 대로 남용해서 탄핵소추와 특검을 남발하고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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