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마주치면 악수도 거부하고, 심한 경우 가까이 와서는 ‘배신자’라고 나지막이 속삭이고 가더라.”
한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일부 초재선과 소장파에 가해지고 있는 압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왕따나 따돌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박이 가해지니 초재선 의원들이 쇄신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며 “변화를 원하는 의원들끼리 소통은 있지만 ‘나도 왕따가 될 수 있다’는 무서움 때문에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이날 “탄핵찬성파 뿐 아니라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해 다른 의원들이 공식 석상에서 악수를 일부러 하지 않거나, 피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학생들도 잘 하지 않을 이지메(집단괴롭힘)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구를 둔 친한계 의원들은 지방에 내려가 최근 국회로 오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에 적극 반대한 의원들이 인접한 지역구의 탄핵 찬성 의원을 비난하는 여론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재선 의원들은 탄핵에 반대했거나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한 중진이 거론되는 비대위원장 인선에도 비판적인 기류다. 하지만 인선이 완료될 때까지 적극 의견을 내기보다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일단 비대위가 출범할 때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말을 아끼려고 한다”며 “친윤(친윤석열)계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쇄신 주장이 무의미하니 상황이 좀 정리되는 걸 보려고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당내 탄핵 표결과정, 대통령 옹호 분위기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며 “친윤당, 계엄옹호당으로 낙인찍히면 집권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선수별 모임을 가졌지만 참석자도 저조했다. 이날 재선 모임에는 재선 의원은 30명 중 8명이 참석했다. 재선 엄태영 의원은 재선 의원 모임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까지 겸직해서 단일대오로 책임 있게 밀고 가는 안과 투톱으로 가자는 안이 (논의에서) 있었다”며 “원톱과 투톱 의견이 반반인 것 같다”고 했다. 초선 의원들도 이날 오후 모임을 갖고 비대위원장 인선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여당 초선 의원은 총 44명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과 관련해 “주말 동안 고민해서 다음 주 초에는 발표하도록 할 것”이라며 “금요일(20일)까지 선수별 의견을 제출하라고 말했는데 이행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