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탄핵소추 의결서 등 탄핵심판 관련 서류를 보냈지만 윤 대통령 측이 닷새째 사실상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서류를 수령하지 않더라도 ‘송달로 간주’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20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브리핑에서 “대통령에 대한 문서 송달 현황은 어제와 동일하게 아직 미배달 상태”라며 “수명(受命)재판관들은 어제 재판관 평의에서 변론준비절차 진행 상황을 보고했고 전원재판부에서 상황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달 16일부터 탄핵심판 접수 통지서를 비롯한 각종 서류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하려고 시도했다. 우편, 인편, 전자 송달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우편으로 보낸 서류는 ‘경호처 수취 거절’로, 용산구 대통령실로 보낸 서류는 ‘수취인 부재’를 이유로 배달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관저에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헌재는 ‘탄핵심판 접수통지 등 서류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송달이 되지 않으면서 답변서 제출 역시 제때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판준비절차를 담당하는 수명재판관을 맡은 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은 송달이 되지 않는 상황을 전날 재판관 6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보고했고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헌재는 우편을 발송한 시점에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발송송달, 서류를 두고 오거나 직원 등에게 전달하는 유치·보충송달, 게시판 등에 게재한 뒤 2주가 지나면 효력이 발생하는 공시송달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23일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준비기일은 이달 27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그때까지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거나 불출석할 경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총 9명의 헌재 재판관 중 국회 몫 3명이 공석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후보자로 추천한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20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배우자 황필규 변호사는 김이수 전 헌재 재판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변호사다. 김 전 재판관은 민주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 공동대표로 인선한 인사다.
국민의힘은 이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정 후보자가 논란에도 헌재 재판관이 된다면 재판 결과에 공정성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김 전 재판관이 국회 탄핵소추대리인단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 측은 “김 전 재판관이 탄핵 대리인단 공동대표를 맡았다는 소식은 언론을 통해 접했다”며 “김 전 재판관이 사회봉사 일환으로 해당 법인에서 이사장직을 맡은 걸로 알고 있고 이해관계 충돌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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