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 민생과 안보 문제를 논의할 ‘여야정 협의체’가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20일 참여를 전격 선언하며 협치의 물꼬가 트인 듯 했지만 여야가 ‘참여 주체’를 놓고 대립 중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여야 원내대표 정도만 참여하는 ‘실무형 논의기구’를 선호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국정 의사결정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국가적 비상사태를 초래한 국난 상태”라며 “국정 안정을 위한 상시적 만남을 국회의장과 원내대표가 하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 권한대행과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참여한다는 것은 양당 대표가 참여하는 게 격에 맞고, 실질적인 힘도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원내대표는 협의체에서 논의되는 법안이나 예산, 민생 안정 회복을 위한 추경 등 협의된 내용을 지체 없이 이행할 준비는 돼있지만, 원내대표급으로 (만남을) 진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가 원내 의사 처리를 위해 서포트(보조)할 순 있지만, 국정안정협의체는 반드시 양당 대표와 대통령 권한대행, 국회의 장이 함께하는 비상협의체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협의체에) 당대표가 참석하는지, 원내대표가 참석하는지는 직접 만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사안이지 고집부리고 싸울 사안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참석자가 아니라 국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를 향해 “오늘이라도 만나 여야정 협의체 논의할 것을 제의한다.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면 응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또 “우 의장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할 때 처음 시작할 때는 당 대표가 참석하고, 실무 협의는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해서 주요 현안을 논의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출신인 우 의장의 발언을 인용해 참여 주체라는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만나서 실질적인 협의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에도 ‘국정 운영의 주체는 정부 여당’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실무형 협의체를 선호하는 것에는 여야가 협치를 하더라도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국정 운영의 한 책임자처럼 보이게 하는 구도를 만들지는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