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6일 “대통령 권한대행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 없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는 것이 과연 우리 헌정 질서에 부합하는가”라며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의 임명동의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즉시 재판관을 임명하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민주당은 즉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반발하며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본회의에 보고한 데 이어 27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하기로 했다. 당초 27일 보고 후 30일까지 탄핵안 표결이라는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및 한 권한대행 체제 출범 12일 만에 한 권한대행도 탄핵 대상이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국정 혼란은 물론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안 의결정족수를 둘러싼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해졌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 본회의 직전인 오후 1시 40분경 예정에 없던 긴급 대국민 담화에 나섰다.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불가피하게 이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 했다. 이어 “여야 정치인들이 반드시 그런 리더십을 보여주실 것이고 또 보여주셔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며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하면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의 대국민 담화 직후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 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며 “가장 적극적인 권한 행사인 (법안) 거부권은 행사해 놓고 가장 형식적인 권한 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이 내란 사태 주요 임무 종사자임이 분명해졌다”며 한 권한대행을 즉각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한 대표 담화 90분 뒤 국회 본회의에서 친한(친한동훈)계 4명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번 재판관 3인은 여야 합의로 추천된 분들”이라며 “절차에 따른 임명 행위에 대해 여야 합의 핑계를 대는 것은 궁색하다”며 한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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