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국회에 韓대행 탄핵안 보고되며 규탄대회 여느라 오후 소위 못열어
與 “예외조항 둬야” 野 “안돼” 평행선
국정협의체 출범 못한채 무산 위기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과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 등을 담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 특별법)’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여야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벌이면서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 등 특별법 속 쟁점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다.
국민의힘은 “기업의 손발을 묶는 지원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주 52시간 예외 조항 관철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산업에만 근무시간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섰다. 주 52시간 예외 문제를 두고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쳇바퀴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정 ‘국정안정협의체’도 회의 첫날부터 결렬돼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 여야, 반도체 특별법 신경전만 반복
여야는 26일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특별법의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협의하기로 했지만,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민주당 산자위 관계자는 “비쟁점 법안인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부터 오전에 논의하고 오후에 52시간 예외조항을 논의하려 했는데, 본회의에서 한 권한대행 탄핵안이 보고되고 여야가 각각 규탄대회를 하면서 오후 법안 소위를 열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여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며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은 일부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을 두는 ‘화이트칼라 면제 조항’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민주당은 특별법에 포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산자위원은 통화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크리스마스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보조금 지원 등도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연구 핸디캡’이라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산자위 관계자는 “현행 탄력근로제 등 제도를 활용하면 근무 유연화가 충분히 가능하고, 한번 예외를 인정하면 근로기준법이 와해될 수 있다”며 근로기준법상 특례규정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팽팽한 이견이 이어지면서 여야는 다음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산자위 관계자는 “연내 처리는 어려울 것 같고 내년 1월에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
● 여야정 협의체도 사실상 무산
당초 양당 대표는 이날 여야정 협의체를 출범하고 시급한 경제 및 민생 관련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한 권한대행, 여야 대표가 참석하는 협의체인 만큼 업계에선 반도체 특별법도 안건으로 거론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 탄핵안이 이날 본회의에 보고되면서 협의체는 출범도 못 한 채 무산됐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여야 합의에 따라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한 권한대행의 발언을 꼬투리 잡아 탄핵안을 보고했다”며 “협의체를 하겠다는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산자위 관계자는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고 실무 선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니 당 지도부가 직접 조율해야 할 상황인데 협의체까지 좌초되면서 언제 합의 처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논의가 표류하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포함해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던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은 “‘주 52시간 예외’란 부분에 얽매이지 말고 반도체 산업이 우리나라의 핵심 전략산업이란 점을 감안했으면 한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압박과 TSMC 등과의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자칫 수십만,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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