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으로 인한 국정 혼란이 이어지면서 산업계 숙원 법안이었던 ‘반도체 특별법’을 비롯한 경제 분야 주요 법안의 국회 연내 통과가 무산됐다. 재계는 이들 법안 상당수가 여야 모두 발의한 이른바 ‘무쟁점 법안’인 만큼 1월 임시국회에서 최우선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특별법이 관련 소위 심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결국 연내 처리가 불가능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6일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었으나 반도체 특별법 심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국민의힘 의원총회와 본회의 일정 등으로 산회했다. 여야 쟁점 부분인 ‘주 52시간 예외 규정’을 다음 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지만 현재로선 소위 일정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 등이 골자다. 반도체 시설 투자에 정부가 조 단위 보조금을 지원하는 미국, 대만, 일본 등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직접 보조금 없이 세액공제만 지원하고 있다. 현재 국내 반도체 관련 인센티브는 세액공제를 모두 포함해도 1조2000억 원 수준으로,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지정하고 여야 모두 특별법 처리 필요성에 일부 공감대를 이뤘으나 주 52시간 예외 규정에서 여야 시각 차가 이어지다 끝내 통과가 미뤄졌다.
재계는 올 10월 제22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앞두고 경제 분야 입법과제 23개의 통과를 건의했다. 이 가운데 12개가 여야 모두 법안을 발의한 무쟁점 법안이었지만 대부분 연내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해당 법안들 중 인공지능특별법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련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주요 무쟁점 법안들은 △반도체 특별법 △첨단 전략산업기금법 △형법 개정안(국가핵심기술 부정 유출 시 처벌 강화) △전력망 확충 특별법 △외국인근로자 고용법 개정안 등이다. 앞서 이달 15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 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반도체특별법 등 우리 산업의 향후 운명을 결정지을 법안들이 연내에 최대한 처리될 수 있도록 산업계의 목소리를 정성껏 국회에 설명드리겠다”고 했으나 결국 해를 넘기게 된 것이다.
재계는 내년 1월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국회법상 1월은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는 시기지만, 그간 정국 불안정으로 미뤄진 민생법안들이 많은 만큼 연초 임시국회를 열어 여야 공통으로 발의된 이견 없는 법안들만이라도 꼭 우선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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