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2·3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 우두머리(수괴),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해온 것과 달리, 법원이 공수처의 수사가 적법하다고 인정해 준 셈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은 집행이 원칙”이라며 신병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은 불법 무효”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만큼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경호처와의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① 법원의 판단 근거는?
공수처 관계자는 31일 오전 브리핑에서 “체포영장에 적시된 죄명은 내란 수괴(우두머리)”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내란죄를 적시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만큼 공수처의 수사권한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내리 3차례 공수처의 출석 요청을 묵살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공수처는 지난달 18일과 25일, 29일까지 3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를 했지만, 윤 대통령 측은 모두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법원 역시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적법하지 않는 기관이 청구한 영장”이라며 영장 효력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수사권한 문제 등 불출석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데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은 본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도 공수처가 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고 보고 있다.
여야 반응도 갈렸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현직 대통령이 증거인멸의 염려나 도주 우려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더구나 애도기간에 체포영장 청구해 발부되는 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당 회의에서 “내란을 즉시 진압하기 위해서 영장을 집행하라”고 했다.
②체포영장 집행은 언제?
체포영장은 1월 6일까지 집행돼야 한다. 법조계는 현직 대통령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평일보다는 휴일인 1, 4, 5일 중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법을 위반한 불법무효 체포영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만큼 영장 집행 과정에서 공수처 수사관들과 대통령경호처 간의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대통령경호처는 사전 협의 없이 공수처 수사관들이 영장 집행에 나설 경우 한남동 관저 진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경호법은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출입통제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영장 집행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물리적 충돌 등에 대비해 경찰 기동대 지원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공수처장 명의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공문을 경호처에 보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③체포영장 집행은 어떻게?
공수처가 발부받은 영장에는 복수의 장소가 포함된 수색영장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이 관저에 없을 경우에 대비해 수색영장을 집행해 위치를 파악하고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경호처가 강하게 반발할 경우 집행에 실패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지지자 등 시위대가 관저로 몰려 겹겹이 방어선을 구축할 경우 이를 강제로 뚫고 들어갈 방법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실제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2004년 10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당원 200여 명이 당사 출입구를 막고 집행을 저지해 결국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같은 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인제 자민련 의원도 18일간 영장집행을 거부한 바 있다. 2000년 ‘언론대책 문건’ 사건으로 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도 당원들이 당사 앞을 막아 불발시켰다.
④체포하면 조사는 어디서?
윤 대통령 체포에 성공할 경우 조사는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 청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필요 시 별도의 조사 공간을 만들어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이뤄지면 공수처는 조사와 별개로 체포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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