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들이 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집단 사의를 밝혔다. 전날 최 권한대행이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항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에서 정 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와 수석비서관 전원이 최 권한대행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최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정계선·조한창 후보자 등 2명을 임명한 데 대해 “권한대행으로서 마땅히 자제돼야 할 권한 범위를 넘어섰다”며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날 사의를 밝힌 한 고위관계자는 동아일보 통화에서 “애초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도 사표를 일괄로 제출해 수리해달라고 한 바 있고 최 권한대행에게도 다시 한 번 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 참모진들은 지난해 12월 4일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일괄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국무회의 직전에도 정 실장을 통해 최 권한대행 측에 “심사숙고해달라”는 의견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차원에서, 여당과 전현직 관료들도 민감한 정치적 사안인 만큼 숙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했는데 최 권한대행이 왜 이런 독단적인 결정을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통화에서 “한 국무총리 탄핵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조차 나오지 않았는데 국무위원들도, 여당도, 대통령실 총리실도 모두가 반대하는데 일방적으로 임명한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일부 채우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한 셈법도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권 고위인사는 “어제 결정은 윤 대통령 헌재 심판에 가속 엔진을 붙여준 것”이라며 “재판관 임명 문제가 상식의 영역에서 정쟁의 영역으로 넘어왔는데 최 권한대행이 이를 산술적으로만 바라본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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