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권했다면 사직” 눈물 보인 崔…‘비공개 국무회의’서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일 20시 39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2024.12.31/뉴스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4시 반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히자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항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관 임명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시기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사안인데도 최 권한대행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취지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대부분의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발언을 들으면서 알게 됐다. 이어 국무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국무위원이 아닌 배석자로 국무회의에 참석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반발했다. 이들은 “누구와 상의했느냐”, “법리 검토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최 권한대행은 “혼자서 고민을 많이 했고 몇분에게 물어봤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은 “내가 (대행으로서) 월권했다면 사직하겠다”며 “무안(참사)만 아니었어도 이미 사직하려고 했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국무위원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지 일주일도 안 지났는데 결정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우려들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최 권한대행의 결정에 반발한 김 장관과 유 장관은 12·3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 앞에 사죄하라”는 야당 의원 요구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다른 국무위원들은 모두 일어나 고개를 숙였지만 김 장관은 유일하게 자리에 앉은 채 응하지 않았다.

국무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간담회에서 최 권한대행은 재판관 임명에 대한 참석자들의 우려를 들은 뒤 먼저 집무실로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의가 끝나고 일부 국무위원들 앞에서 (최 권한대행이)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 결정에 동의하는 참석자들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무위원은 “대외신인도나 경제 불확실성 높아지는 와중에 안정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한 것으로 본다”면서 “한 총리도 헌법재판관 임명 안하기로 결단할 때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 최 권한대행이 결정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고위 관계자도 “임명 결정이 급작스럽긴 해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 건 있지만 최 권한대행이 짊어진 스트레스는 일반 사람들은 이해못할 정도로 컸을 것”이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27일 권한대행을 맡기 전부터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된다는 소신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헌법학자나 원로 등으로부터 여러 조언도 들어 결정한 뒤 국무회의 전날 여당 지도부에게 헌법재판관 2명 임명 방침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 직무대행은 최 권한대행 결정에 반발해 전날 국무회의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직무대행의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방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 3인 등 위원 전원이 모두 부재한 ‘0인 체제’가 된다. 조성은 방통위 사무처장이 수장 역할을 대리하게 되지만 직무대행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김 직무대행은 3일 방통위 시무식엔 참석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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