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란죄 제외, 사기 탄핵”… 野 “박근혜 때도 사유 변경”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6일 03시 00분


與, 이재명 겨냥 “조기 대선 의도”
野 “권성동, 朴때 죄명 뺐다” 역공

국민의힘은 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기로 한 것을 두고 “국민을 기망하는 사기극”이라며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을 각하하고, 국회는 재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6일 탄핵안 각하를 요구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무식한 정치 공세”라고 맞섰다. 민주당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뇌물죄와 강요죄 등 탄핵 사유를 변경했던 점을 들어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이었던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을 향한 역공에 나섰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비대위-중진 의원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한 것은 탄핵소추안 의결이 졸속으로 이뤄진 사기 탄핵이자, 거짓으로 국민을 선동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탄핵안 재의결을 주장했다. 권 위원장은 “헌법재판소가 내란죄 탄핵소추안에 대해 심리를 즉시 중단하고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새로운 소추안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서지영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조기 대선을 이끌겠다는 의도로 중요한 소추 내용 중 하나를 스스로 철회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윤석열 탄핵’은 형사소송이 아니라 헌법재판이기 때문에 당연한 확인이자 정리일 뿐, ‘내란죄를 뺐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권 원내대표가) 죄명을 빼고 헌법 위반으로 정리했다”며 “권 원내대표가 후안무치한 행동을 거듭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 관계자는 “탄핵소추안은 수정하지 않는다”며 “다만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를 위반했는지는 다투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조만간 헌재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란죄 제외에… 법조계 다수 “단순문구 변경, 탄핵심판 문제 안돼”


[탄핵소추안 논란]
“헌법 위반 판단 요지 재정리 수준”
“탄핵사유 변경, 재의결 필요” 주장도
정치권 ‘내란죄 제외’ 공방 이어가
국회 탄핵소추단 측이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 중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여야 공방이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단순 문구 변경”이라는 의견과 “중대한 소추 사유의 변경”이라는 의견이 부딪친 가운데 탄핵심판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소 많았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뇌물죄 등 형법상의 범죄 관련 내용은 탄핵 사유에서 빠진 적이 있었다.

● 박근혜 탄핵심판 당시 뇌물죄 등 빠져

여야는 5일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는 것을 두고 공방전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탄핵심판에서 재판부가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행동에 대한 심리와 판단을 하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관계자는 이날 “내란 행위 등 기존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재판부가) 모두 판단하게 된다”며 “내란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 법적 평가에 대해 구애받지 않고 헌법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위반이라는 관점에서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소추 사실의 동일성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이자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소추문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은 국회의원 20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며 “이것을 수정하는 것은 몇몇 의원들과 변호사들의 밀실 협의로 졸속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과정에서는 뇌물죄, 강요죄 등 형법상의 범죄 성립 여부를 제외하고 탄핵 사유에 대한 판단이 이뤄졌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시작될 때 탄핵소추단은 형법상의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고 위헌 여부만 분명히 밝히겠다며 탄핵 사유서를 재정리했다”는 전례를 강조했다. 당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며 명백한 법률 위반 여부를 적시하기보단 “박 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며, 그로 인해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이 헌법 질서를 더 위협할 수 있다”고 사유를 밝힌 바 있다.

● 법조계 “사실관계 유지하며 재정리 수준”

헌법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지만, 문제가 되는 수준이 아니란 의견이 많았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직무 공백을 오래 둘 수 없다는 취지에서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기 위해 쟁점을 정리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 역시 이와 다른 차원이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국회 점거 등 탄핵소추 의결서에 있는 탄핵소추에 관한 사실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되 적용 법조 중 형법상 내란죄 등을 제외하는 것뿐”이라며 “일반 형사사건에서도 기본적 사실관계가 유지되는 선에서 공소장 변경이 가능한 것처럼 정리를 한 것뿐이지 실질적인 탄핵소추 사유의 철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엄령 선포나 포고령, 국회 진입 등 핵심 사실관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형법상 내란죄 대신 헌법 위반으로 판단을 해 달라고 요지를 재정리한 수준이라는 취지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 선포 등 사실관계 변동이 없어 탄핵 여부를 판단하는 데 문제가 없고,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 “핵심 탄핵 사유 변경” 반론도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탄핵에서 중요한 소추 사유가 비상계엄과 더불어 내란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 때 뇌물죄는 10여 개에 달하는 법 위반 중 일부를 정리한 것이었지만,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내란죄는 중대한 소추 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죄형법정주의를 택하고 있는 만큼 법 위반이 없는데 헌법 위반으로만 판단한다는 건 모순된 논리”라며 “대다수 국민들이 ‘내란’을 탄핵 사유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이는 중대한 변경으로 보고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탄핵소추단#내란죄 제외#탄핵심판#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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